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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유나의 거리, 누가 감히 이들의 인생을 동정할 수 있을까?

by 소금인형2 201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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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가 중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전체 50부작 중 이제 20회가 방영되었기 때문에 중반부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기승전결의 구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유나의 거리>는 그냥 매주마다 TV로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습니다. 요즘의 짧은 미니시리즈 처럼 특별한 트렌드를 소재로 하거나 속도감 있는 빠른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때로는 조금은 밋밋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밋밋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몰입감을 더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밥 먹고 사람만나고 먹고 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의 모습들이 보통의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나의 거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화려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없습니다. 주인공 유나는 전과 3범의 소매치기이고 같이 사는 미선은 남자들을 등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꽃뱀입니다. 집주인은 전직조폭의 콜라텍 주인이고 유나의 친구, 선후배들도 모두 그쪽계통의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그나마 멀쩡하다고 할 수 있는 창만(이희준 분)도 공무원 시험 장수생이라는 백수였으며 지금은 콜라텍의 지배인 입니다.

 

 

이처럼 밑바닥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캐릭터들이 정신없이 등장하고 그들 나름대로의 전문용어들을 써가며 시청자들을 어지럽게 만들어도 드라마 <유나의 거리>가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특별한 직업 뒤에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일상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밖에서는 유명한 소매치기와 꽃뱀도 집안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자매가 되고 전직 조폭 콜라텍 사장도 딸의 일이라면 눈에 불을 키는 딸바보 아빠가 됩니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28일 방송된 <유나의 거리> 20회에서는 꽃뱀 미선(서유정 분)이 민규(김민기 분)에게 손찌검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보여졌습니다. 민규에게 맞은 것 아니냐 라는 유나의 닦달에 미선은 나이트클럽 주차장에서 깡패에게 맞은 것이라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 앞에서 민규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말라며 오히려 민규를 두둔하기 까지 했습니다.

 

 

미선의 이런 모습이 속상하고 답답했던 유나는 민규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봉달호와 함께 민규를 찾아가 추궁하지만 민규는 오히려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며 따질 것이 있으면 직접 고소하라고 큰소리를 치기까지 합니다. 카드까지 빼앗아 자신의 생일 선물로 고가의 양복을 사고 이것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한 민규의 이런 적반하장 식의 대응은 보는 시청자들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따지고 보면 이 상황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으면서 조금은 황당하게 까지 느껴집니다. 미선은 그동안 숱한 남자들을 이용한 전문 꽃뱀입니다. 그 분야에서는 나름 전문가라고 자부할 정도입니다. 민규에게 맞은 상처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도 아는 남자를 이용해 특실에 입원하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나이 어린 호스트바 청년에게 빠져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게 된 것은 어이없고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녀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다른 남자들은 먹고 살기 위한 일이었고 민규는 그녀만의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잘났던, 못났던 간에 그녀 또한 사람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녀가 프로페셔널한 전문 꽃뱀이기에 어린 남자에게 이처럼 당하고 사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고 고정관념일 것입니다.

 

<유나의 거리>를 즐겨 보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인생은 이래야 한다 라는 식의 어설픈 훈계식의 의도적 연출이 전혀 없다 라는 점입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뿐 이런 삶은 이래서 나쁘니 그렇게 살지 않아야 한다 라는 생각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타이틀 처럼 유나가 살아 가고 있는 거리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줄 뿐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도 과도한 설정을 통해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흔히들 주인공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나쁜 길로 빠지게 되었다라는 식의 신파가 있기 마련인데 <유나의 거리>에서는 굳이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김운경 작가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들의 인생까지 밑바닥 인생 운운하며 동정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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