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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참 좋은 시절, 공감할 수 없는 어머니 장소심의 이혼결정 이유.

by 소금인형2 2014.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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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이제 그 끝까지 3회분 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50부작의 긴 여정 속에서 25%를 넘어가는 꽤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지만 크게 화제가 되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드라마 전체가 조용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에 이슈나 논란에서는 한 걸음 떨어져 있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드라마의 종반부를 채우고 있는 이야기는 다소 뜬금없는 어머니 장소심(윤여정 분)의 이혼결정입니다. 주인공 동석과 해원의 결혼과정 이외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던 <참 좋은 시절>은 후반부에는 늙은 나이에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 강태섭과 가족들간의 갈등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의 끝에서 어머니 장소심의 이혼 결심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처음 장소심이 가족들에게 이혼 결심을 밝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를 늦게 나마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고자 하는 어머니의 일종의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예상했었습니다. 한 평생 자식들과 손자들 그리고 시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정작 본인의 인생에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회한이 그녀를 이혼이라는 극한의 결정에 이르게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었습니다.

 

 

동석과 해원도 어머니 장소심의 일생을 되짚어 보며 이제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 홀로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며 다른 가족들을 설득하고 어머니 장소심의 이혼을 도왔습니다. 동석과 해원 부부는 늦게라도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2일 방송된 <참 좋은 시절> 47회에서 밝혀진 어머니 장소심의 이혼 결심 이유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는 장소심의 태도에 남편 강태섭(김영철 분)은 본인이 집을 나갈 테니 이혼만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자식들에게도 피해가 갈테니 자신이 집을 나가는 걸로 하자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어머니 장소심은 착한 자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으니 앞으로 치유해주면서 잘 살아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이혼을 결심하고 떠나려 하는 이유가 남편 강태섭이 그동안 아버지로서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게 해주려고 양보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어머니 장소심은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너무나 착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남편과 바람을 피웠던 여자가 어느날 집으로 처들어와 책임을 지라고 뻔뻔하게 이야기 할 때에도 자신의 식구로 받아들여 마치 자식처럼 대하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낳아온 자식을 친자식 보다 더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늙은 나이로 집으로 돌아온 남편도 비록 소 닭 보듯 했지만 내쫒겨나 구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착해 시청자들이 부처님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편과 바람을 피운 여자를 본처와 첩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대 인간의 관계로 정을 주고 품을 수도 있습니다. 거창하게 용서와 화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남편이 없는 집에서 본처와 첩이 함께 형님 동생하며 사는 모습도 사람이기에 가능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에 제작진이 내세운 어머니 장소심의 이혼 결심 이유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게 느껴집니다 . 아무리 어머니 장소심이 그동안 마치 살아있는 부처님과 같은 너무나 착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해도 이건 쉽게 공감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 제목의 <참 좋은 시절>은 마치 어머니의 한 없는 희생과 양보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평생 난봉꾼 남편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도 자식들과 가족들을 위해 희생을 한 어머니에게 이제 또다시 남편에게 행복한 삶을 살 기회를 주기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라고 한다면 아무리 천사표 착한 엄마로 보여지더라도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식의 이야기는 희생하는 가족을 천사로 포장하면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3회가 남은 <참 좋은 시절>은 어떻게 해서든 이 이혼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론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머니가 또 한번 희생을 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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