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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유나의 거리, 볼 수록 빠져드는 김옥빈의 묘한 매력.

by 소금인형2 201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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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과 화요일 JTBC에서는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밀회>의 후속작으로 <유나의 거리>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비록 종편이라는 한계 때문에 2% 대의 시청률에 머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서울의 달'로 유명했던 김운경 작가의 필력이 빛을 발하면서 서서히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주인공 유나 역을 연기하는 김옥빈은 볼 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풍기며 그녀의 연기력이 이 정도였나 하는 감탄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배우 김옥빈이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09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 부터 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김옥빈은 남편의 어린시절 친구인 상현과 사랑에 빠지는 태주역을 맡았습니다. 신부인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하여 남편을 죽이자고 유혹하는 등 선과 악을 넘나들다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옥빈은 이 영화로 <시체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TV에서 가장 최근에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드라마는 엄태웅과 함께 출연한 사극 <칼과 꽃>이었습니다. 고구려 영류왕의 딸로 아버지를 죽인 원수 연개소문의 서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공주역을 연기한 그녀는 캐릭터의 특징 때문에 나약한 연기를 보여 큰 인상을 주지 못했으며 드라마 성적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년만에 <유나의 거리>로 돌아온 그녀는 마치 외딴 섬에서 절대고수를 만나 연기에 대한 절세무공을 전수 받은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엄청난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옥빈이 연기하는 유나는 전설의 소매치기 왕의 딸로 전과 3범의 소매치기 조직원이었으나 감옥에 다녀온 후 혼자 지내는 다소 낯선 캐릭터 입니다. 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하는 행동이나 말투는 거칠고 늘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당돌함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에둘러 돌아가는 법이 없이 늘 직선적입니다. 이거면 이거고 저거면 저거지 중간 정도의 흐지부지, 어영부영은 그녀의 성격과는 맞지 않습니다. 때문에 자신을 배신한 소매치기 동료를 향해서는 주저없이 칼을 들이대고 자신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노숙자에게 맞고 있을 때에는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주먹다짐도 불사합니다.   

 

 

유나는 아마도 <유나의 거리>에 출연하는 많은 등장인물들 중에 가장 중심이 있고 자기 주장이 확실한 인물일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도둑질에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도둑질에도 정도가 있다고 외치는 인물입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기는 어렵다. 그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라는 다소 황당한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날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황당함에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늘 거칠고 투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능구렁이 같은 뻔뻔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신이 찜했던 다이아몬드를 먼저 훔친 도둑들에게서 다시 되찾기 위해 그녀는 구청의 방제직원으로 위장하고 그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진짜 방제직원처럼 입으로는 쉴새없이 수다를 늘어놓으며 상대방의 혼을 빼놓습니다. 평소의 시크하면서도 까칠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이 모습에 시청자들도 넋을 놓고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랑에 임하는 그녀는 또다른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창만(이희준 분)을 늘 밀어내기만 했던 그녀는 자신의 마음도 어느새 조금씩 창만에게 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자 뜬금없이 창만에게 전화를 걸어 비가 올지 모르니 속옷을 걷어달라는 당돌한 부탁을 합니다. 민망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창만에게 그녀는 오히려 속옷 걷어달라는 것이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이냐며 큰소리를 칩니다. 좋아하게 된 사람에 대한 설레임을 이처럼 장난끼로 표현하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져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드라마 속의 유나의 모습이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유는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설의 소매치기 왕인 아버지 때문에 그 세계에 몸담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해 억지로 동정심을 강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강조해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우기지도 않습니다. 그냥 소매치기 전과3범이라는 현실과 배운 것이 그것밖에 없어 도둑질을 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살아있는 듯한 현실감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유나의 거리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회를 거듭할 수록 빛을 발하는 김옥빈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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