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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비밀의 문, 사건의 중심 박문수는 정말 암행어사의 레전드였을까?

by 소금인형2 201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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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왕 영조역을 맡고 있는 한석규의 무게감과 조연들의 열연으로 드라마 <비밀의 문>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친구인 신흥복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자 이선과 이를 견제하며 어떻게든 비밀이 밝혀지지 않게 하려는 영조의 대립은 어쩌면 훗날 있게 될 사도세자의 뒤주사건을 미리 암시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여기에 영조와 세자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서서히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라마의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세자의 스승인 박문수는 신흥복의 사체를 어정에 유기해 오래 전 있었던 노론과 영조의 맹의를 세상에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에 영조는 박문수를 불러 진실놀음은 이쯤에서 접으라고 명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은 전쟁이라는 말로 압박을 합니다.

 

하지만 박문수는 반성없는 권력엔 미래도 희망도 없을 것이라며 잘못된 역사를 영조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왕에 맞서고 때로는 진실을 공개하기 위해 죽은 사람의 시체를 어정에 던지기도 하며 자신의 정적과 적절히 타협하는 정치9단의 실력을 보여주는 박문수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암행어사 박문수'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입니다.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박문수의 이름은 한 두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박문수하면 '어사 박문수', '암행어사 박문수' 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암행어사 박문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었고 박문수를 소재로 한 책도 많이 출간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박문수를 암행어사의 레전드급으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어사는 왕명으로 특별한 사명을 띠고 지방에 파견되던 임시벼슬이었습니다. 그중 암행어사는 왕이 특명을 내려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직책으로 고을 수령의 부정부패 등을 감시하고 백성들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탐문해서 임금에게 사실대로 아뢰는 것을 직무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암행어사의 모습을 우리는 춘향전에서 변사또를 징계하는 이몽룡의 모습에서 자주 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사기록 속의 박문수는 단 한번 어사로 파견된 적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암행어사가 아니라 '영남별견어사'라는 직책으로 영남지방에 파견되어 공개적으로 지방의 수령들과 지방유지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암행어사의 레전드급 모습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박문수를 두고 수많은 암행어사 일화들이 만들어지고 그가 마치 암행어사의 레전드인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을까요? 암행어사 박문수에 대한 일화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정조의 아들 순조가 즉위한 이후부터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계몽군주를 자처하던 정조가 갑자기 승하하고 어린 나이의 순조가 즉위한 후 본격적으로 세도정치가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세도정치는 정치기강도 문란하게 했지만 무엇보다도 일반 백성들의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세도정치하에 뇌물을 주고 관직을 얻은 관리들이 그 뇌물의 대가를 농민에게 짜 내어 수탈하였기 때문입니다. 흉년에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해 실시된 환곡은 고리대금 사업으로 전락하였고 어린아이, 심지어 죽은 사람의 몫까지 군포를 내야하는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절에 백성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대변해 주고 탐관오리를 색출하여 처벌해 주는 영웅같은 존재를 간절히 원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염원들이 암행어사 박문수의 신화를 만들어내게 된 것입니다. 그럼 왜 하필 박문수였을까요? 조선시대에는 수많은 어사들과 암행어사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신망의 대상으로 박문수가  선택되었던 이유는 그가 영남에서 어사임무를 할 때 실제로 환곡의 폐해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으며 탐관오리들을 고발하였고 명망있는 인물들을 지방관에 천거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박문수의 행동이 약간은 과장되고 부풀려 지면서 암행어사 박문수의 전설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역사속에 그려진 박문수의 모습은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노론의 영수 김택과 맞서는 것처럼 노론에 맞서 소론의 정치입장을 끊임없이 주창했던 당론에 충실한 정치가의 모습이 더 강했습니다. 영조의 치적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균역법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으며 호조판서로 재직할 때에는 국가 재정에 대해 전반적인 정비를 하였고 화폐문제를개선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노론과 정치적으로 극명하게 대립을 하면서도 공적인 일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쓴 정적의 아들을 위해 변론을 하는 소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들이 '암행어사 박문수'의 전설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을 것입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 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을 구원해 줄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대는 가상 속의 영웅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더 나아가 메시아를 원하는 종교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보여지는 박문수의 모습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역사에 기록된 모습에 더욱 가깝습니다. 사람들의 염원속에서 만들어진 암행어사의 레전드 박문수가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그려지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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