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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왔다 장보리> 연민정의 임신과 싸늘한 시선에서 느낀 생명경시의 씁쓸함.

by 소금인형2 2014.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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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들 중에 갑중에 갑인 <왔다 장보리> 연민정(이유리 분)의 최후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21일 방송된 <왔다 장보리> 48회 에서는 연민정이 크레인 사고로 위장해 죽이려 했던 문지상(성혁 분)이 죽지 않고 살아나 연민정에 대한 최후의 복수를 계획하는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문지상을 죽이려 마음먹은 연민정은 병원에 실려간 문지상을 빼돌리며 끝까지 죽이려 했지만 문지상은 극적으로 살아나 위기를 벗어나게 됩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시어머니 화연(금보라 분)은 연민정이 자신의 아들 인생을 망쳤다며 분노하고 이혼을 하라고 다그치지만 연민정은 오히려 문지상을 죽이려 했던 것은 재희(오창석 분)였다며 그 사실을 폭로할 것처럼 협박하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시아버지 동후(한진희 분)는 자식이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루게 하겠다고 말하며 오히려 엄마 버리고 고아 행세를 한 연민정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이혼을 강요합니다.

 

그동안 갖은 음모와 술수를 동원하여 위기를 모면하던 연민정이 자신과 비밀을 공유하며 서로 의기 투합했던 시어머니와 연민정의 폐륜 사실을 알게 된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에게서 까지 버림 받게 되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연민정이 누구 입니까? 연민정은 최근의 드라마에 등장했던 악역중 아마도 가장 독하면서도 질긴 악역일 것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하나 둘씩 밝혀지는 자신의 비밀과 악행으로 일순간에 무너져 버릴 것 같던 그녀였지만 임기응변으로 그 때마다 살아날 구멍을 만들어 내는 질긴 생명력의 소유자 입니다.

 

이런 연민정에게 뜬금없이 한가닥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임신이었습니다. 이제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까지 자신에게 등을 돌려 이혼의 위기에 처했던 그녀는 도혜옥이 들고 온 꽃게 냄새에 헛구역질을 하게 되었고 그 순간 과거 비단이를 임신했을 때를 떠올리며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당당하게 자신을 내치려 하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앞에서 밝히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눈에 거슬리는 아니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아무도 연민정의 임심에 대해 반가워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의 임신은 분명 주위사람들에게 축복받아야 할 일일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임신은 축하해주고 축하 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는 그 누구도 연민정의 임신 소식에 대해 축하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마치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처럼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임신에 병원에 따라가서 초음파 사진까지 꼭 확인하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시어머니는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하자 오진이라며 분노하기 까지 합니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천사표로 대표되던 주인공 장보리 조차 연민정의 임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인 엄마가 될 연민정은 한 술 더 뜹니다.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은 여자로써 아내로써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에 하나일텐데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오로지 자신이 지금 처해 있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또다른 핑계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드라마 속에서 나쁜 짓을 일삼는 악녀라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한 것 아닐까요?

 

물론 드라마가 계속되는 동안 계속해서 넘어져도 일어나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오뚜기 처럼 끈질기게 벗어나는 연민정이 최후의 위기를 벗어날 수있는 기회로 임신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다는 것을 강조해서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더욱 주려 한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새 생명이 태어나게 되는 임신을 마치 악녀의 하나의 변명거리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수단 정도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무리 재미를 위한 막장드라마라도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연민정의 주위 사람들이 연민정의 뱃속에 있는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를 미워하며 마치 태어나서는 안될 아이를 임신한 것처럼 여기고 행동한다면 도대체 그동안 악행만 저지르던 연민정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요? 연민정의 임신을 마치 또다른 죄악을 저지른 것처럼 여기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위해 뱃속의 아이까지 가볍게 여기는 도를 넘어 선 생명경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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