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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해피로즈데이, 일탈의 설레임과 사랑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

by 소금인형2 201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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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아빠 같은 든든한 사랑이 필요했던 스물 한살의 아가씨와 그녀에게서 설레임을 느끼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한 중년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절절했지만 실패한 옛사랑의 출연으로 갈등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바로 14일 방송된 KBS 드라마 스페셜 '해피 로즈데이'에 등장하는 세 남녀의 이야기 입니다.

 

 

얼핏 보면 너무나 뻔한 이야기 입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에 대한 특별한 기대나 설레임도 없이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유부남이 우연한 기회로 알게된 젊고 명랑한 이웃의 아가씨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어 권태로운 삶에서 해방되고자 일탈을 꿈꾸다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가슴속에 상처만을 남긴 채 이별을 하는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그의 아내도 잊지 못하고 있던 옛사랑의 등장에 갈등을 겪는다는 설정은 우리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없이 많이 보아왔던 소재이며 구성입니다.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로 만든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과 이야기들이 아닌 바로 세사람의 감정의 선 이었습니다.  

 

 

스물 한살의 아름(소희 분)에게는 사랑도 아픔이었으며 어른이 되는 성장의 과정이었습니다.어머니가 운영하는 꽃집에서 일하는 배우 지망생인 그녀는 예측할 수 없는 청춘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 입니다.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스쿠터를 타고 꽃배달을 하는 청초한 모습이나 부케를 망가뜨린 찬우(정웅인 분) 에게 책임을 지라며 따지는 당돌한 모습, 그리고 자신의 꿈이 배우가 되는 것이라며 요염한 포즈로 봉춤을 선보이는 모습은 거칠 것 없이 혈기왕성한 청춘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청춘에게 사랑은 고민하고 갈등해야 되는 괴로운 것이 아닌 너무나 당연한 감정의 표현이었습니다. 특히나 미혼모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언제나 따뜻하고 든든한 아빠와 같은 사랑을 꿈꾸었기에 유부남인 찬우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에 대해 꺼려하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한 것은 어찌보면 청춘의 특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도 오랜 지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현실이라는 고통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보게된 찬우의 가족사진에서 솔직한 감정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되어 그를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비록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은 마음의 상처가 되겠지만 그 상처도 그녀에게는 성장의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찬우(정웅인 분)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앞에 나타난 이 당돌한 아가씨에게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기억해 내게 되었습니다. 그가 그녀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아마도 당당한 청춘에 대한 부러움이었을 것입니다. 유부남이라는 자신의 처지와 스무살의 나이 차이를 알게 되면서 그는 자신에게 이건 범죄야 라며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일깨워준 그녀의 출현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그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결국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과감히 끝내고 새로운 삶을 결심하게 되며 이를 아내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그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에는 한 여자의 남편이라는 현실과 자신을 유혹하는 설레이는 사랑에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을 것입니다. 비록 그가 선택한 일탈이 현실에서는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중년의 그에게도 일탈을 꿈꾸는 순수한 열정이 남아 있음을 아픈 상처를 통해 보았습니다.

 

가영(소유진 분) 결혼 생활도 평범 그 자체 입니다. 신혼 초기의 열정은 식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문제가 될 일도 없는 그저그런 편안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도 다른 많은 젊은 사람들처럼 사랑과 결혼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 그녀 앞에 옛날 열렬히 사랑했지만 결혼을 거부했던 옛 남자가 나타나 적극적인 구애를 하자 그녀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 남자와 그때 결혼을 했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마치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주인공처럼 숲속에 나있는 두가지 길 중에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가고 있지만 만약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는 갈등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도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운 후회와 상상만을 할 뿐 현실의 벽을 넘지는 못합니다.  

 

 

부부는 결국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꺼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들 세 사람이 더 나이가 들어 있을 때 이일을 생각해 본다면 긴 인생의 여정에서 하나의 조그마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어느 해 겨울 집앞 빙판 길에 넘어져 다리가 부러져 고생했던 기억처럼 그저 추억을 이루고 있는 한 조각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득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면서 그 때의 절실함과 안타까움에 마음 아파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신이 아닌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막극 <해피 로즈데이>는 이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잘 보여준 드라마 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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