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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따뜻한 말 한마디,당신의 판도라 상자는 무엇입니까?

by 소금인형2 201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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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인족 프로메테우스는 신들 중에서도 특출한 지혜를 가진 종족이었는데 인간들에게 우호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인간들의 편의를 보아주고 불과 기술, 그리고 지식 등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이처럼 인간들 편에 서게되자 제우스는 그를 카우카소스 산 봉우리에 결박하고 오랜 시간 독수리에게 간을 갉아 먹히는 형벌을 주었다고 합니다.



제우스의 형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불을 얻게된 인간들에게 그 만큼의 재앙을 선사하기 위해 판도라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만들어 봉인된 상자(원전에는 항아리로 나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고 그는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했다고 합니다. 이후 항아리 속의 내용물을 확인해 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판도라는 항아리를 살짝 열어보게 되었고 그 속에서는 죽음의 병, 질투와 증오 같은 많은 해악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사방으로 퍼졌고 인간들은 그때부터 여러가지 재앙으로 괴로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유래 때문에 일반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는 뜻밖의 재앙을 의미하는 무시무시한 상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 입니다.정확하게는 불륜이라는 사건이 있은 뒤 겪게되는 두 부부의 감정과 대응방식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나은진(한혜진 분)은 순간의 감정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녀의 죄책감은 아버지의 죽음과 교통사고라는 사건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더 잘해주겠다고 변화를 다짐하는 남편 김성수(이상우 분)의 모습을 보며 더욱 커져 갑니다.



은진을 위해 처음 프로포즈를 했던 장소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선사한 남편에게 그녀는 그 동안 마음속에 묵혀왔던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며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이후 배시감에 괴로워 했던 마음과 자신에게 판도라의 상자가 생겼으며 그 상자를 열게 되면 새로운 시작은 없는 것이고 그 문을 영원히 열지 않는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선택은 오로지 남편 김성수의 몫이라고 이야기 하는 은진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죄책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을 것입니다. 남편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면 그걸로 자신의 죄책감을 용서 받을 수 있다라는 일종의 자기합리화 였을 것입니다. 은진의 이러한 심각한 고민을 알지 못하는 성수는 지난 일, 복잡한 거 알아서 뭐하겠느냐며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합니다.



성수가 대수롭지 않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 같지만 실제로 그의 마음속에는 아내가 가지고 있다는 그 상자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 지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자가 열렸을 때 아내와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비밀에 대해 성수는 회피를 선택했고 이 부부의 판도라 상자는 아직 진행중인 것입니다.   


은진과 성수 부부가 판도라의 상자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경(김지수 분)과 재학(지진희 분)은 이미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게된 미경과 자신을 믿지 못하고 사람을 시켜 뒷 조사를 했던 아내의 행동에 서로 배신감을 느끼게 된 이 부부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세상의 모든 재앙이 쏟아져 나온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차려진 밥상을 엎어버린다든지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베개로 짓눌러 버리는 것과 같은 미경의 행동은 믿고 있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평소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남편을 몰아 부치는 아내의 모습에 재학은 몸서리를 치게 되며 그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전혀다른 아내의 모습을 알게됩니다. 


그리스 신화 <판도라의 상자>이야기의 끝부분은 모든 재앙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희망만이 항아리에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판도라의 상자는 재앙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미경과 재학 부부에게 남아있는 희망은 어떤 것일까요? 한바탕 재앙의 폭풍이 몰아친 후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찾아 올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두가지 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이 비밀이 공개된다면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앙으로 여겨질 수 있고 그 대상이 가까운 사람일 수록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이는 이 재앙을 감당하기 두려워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라면 죽을 때가지 비밀로 간직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또 어떤이는 판도라 상자 안에 있는 희망을 믿으며 그 상자를 열기도 합니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판도라의 상자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부부와 그 상자를 이미 열어버린 부부의 이야기를 극명하게 대립적으로 보여줍니다. 열기 전의 죄책감과 불안감, 그리고 열고 나서의 극단적인 재앙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단순한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부부사이에서 선택과 책임이라는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 줍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지는 오로지 자신만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 감당도 자신의 몫입니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지금 당신을 고민케 하는 판도라의 상자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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