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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이야기

나는 남자다, 소재의 빈곤을 극복해준 방청객의 힘.

by 소금인형2 2014.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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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새로운 예능 <나는 남자다>가 15일 저녁 2회 방송을 했습니다. <나는 남자다>는 예능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총 20부작으로 방송횟수가 미리 정해져 있는데요. 아마도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방송을 내세우는 <나는 남자다>가 남자들만의 소재를 무한대로 발굴해 낼 수 없는 원천적 한계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자들의 수다라는 것이 흥미롭게 보여지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리 많은 이야기가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방송 2회차에서 벌써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5이 방송된 <나는 남자다> 2회차 방송은 음치로 인해 고통받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습니다. 노래방이라는 신문화가 만들어지고 특히나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노래를 못한다는 것은 큰 고민거리 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비틀어 생각해보면 음치라는 소재가 꼭 남자의,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이야기 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여기에다 음치라는 소재는 그동안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써먹은 소재이기에 다소 식상한 느낌마저 들어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매력없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해 준 것은 예기치 않은 웃음을 선사해 준 방청객들의 힘이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음치 남자들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했습니다. 같은 음치라도 어떤 사람은 박자감이 전혀 없거나 어떤이는 음정이 전혀 맞지 않고 어떤 사람은 이 두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마다 다른 모습의 음치라도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노래를 부르는 방청객 모두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표정은 너무나 진지한데 정작 노래는 엉망이니 누가 보더라도 웃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광경들이 연출되었습니다. 여기에 각자가 지닌 구구절절한 사연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라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은 음치때문에 다른 선생님이 대신 가르치는 굴욕을 맛봐야 했고 한 여성과 썸을 타던 남자는 잠자기 전 노래를 불러주고 나서 이별의 통보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MT에서 밤새 술을 먹고 녹화를 위해 달려왔다는 대학생은 음치실력을 뽐내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고 노래는 못해도 탬버린은 잘 칠수 있다는 방청객은 탬버린 마저 엇박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돌고래 톤의 가성으로 조수미의 '나 가거든'을 열창한 방청객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에 마비가 와 결국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하는 모습으로 최고의 웃음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방청객들의 활약에 출연한 패널들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방청객의 사연을 경청하면서 함께 안타까워 하고 방청객의 말에 추임새를 넣는 패널들의 모습은 평소 공개방송에서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에 탄성을 지르던 방청객들의 역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남자다>는 패널들과 방청객들의 역할이 완벽하게 뒤바뀐 모습이었습니다.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방청객들의 예기치 못한 재미와 웃음은 그들이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 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입니다. 서투른 말투와 몸짓 어색해 하는 표정 까지도, 그들이 닳고 닳은 예능인이 아닌 일반인 이기에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방청객들의 활약은 시작부터 소재의 빈곤을 겪을 수 있는 <나는 남자다>의 가장 큰 장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남자다>가 총20회 분량의 참신한 소재를 이미 다 계획해 놓았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많은 남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의 발굴이 아마도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나는 남자다>의 가장 큰 매력이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방청객들의 활약이라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방청객만 믿고 방송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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