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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이야기

무한도전 방콕 특집, 강약조절의 달인 김태호 PD에게 박수를.

by 소금인형2 201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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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초저가 무한도전 방콕 여행의 진수를 선보이며 토요일 저녁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26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무더운 여름을 탈출하여 방콕(?)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태국으로 휴가를 간다는 김태호 PD의 말에 그럴리가 없다며 반신반의 하면서도 결국에는 김태호 PD의 속임수에 또 한번 속아넘어간 것입니다. 

 

 

실제 태국의 방콕 대신 옥탑방에서 말 그대로의 무한도전 방콕을 시작한 멤버들은 이건 바캉스가 아니라 극기훈련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간다고 속이고 그 많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비좁은 옥탑방에 몰아넣었으니 속으로 열불이 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치 패키지 해외여행을 하듯 제작진들이 알차게(?) 준비한 여행코스에 이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작은 것으로, 유치한 것으로, 찌질한 것으로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마도 무한도전을 따라갈 예능이 없을 것입니다. 무한도전은 이미 십여년 동안 구축해 놓은 멤버들 각자의 명확한 캐릭터 덕분에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투덜거리는 사람, 이를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 행동보다 의욕만 앞선 사람, 뭘 해도 못하는 사람,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서로 이간질 하는 사람까지 주어진 상황에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각자의 개성은 늘 프로그램을 활기차게 만들었고 이러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장점은 이번 방콕 특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시원한 워터파크 대신 옥상에 마련된 튜브안에서는 물놀이를 즐기며 주어진 소재에 맞는 게임을 스스로 제안하고 그 과정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몸개그로 웃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식욕을 자극하는 태국의 전통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수족관 안에 있는 날 것 그대로의 해산물을 입으로 꺼내야 하는 몸서리처지는 극한의 상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먹기위해 수족관에 머리를 담그고 잠수하고 나오기를 반복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속없는 패키지 해외여행에 대한 깨알 같은 풍자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코키리쇼라고 광고하던 프로그램은 방안에서 코끼리 코를 하고 제자리에서 도는 것이었고 어지러움증을 버티지 못하고 라텍스에 닿으면 이를 강제로 구매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패키지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겪어 봤음직한 일들일 것입니다.  

 

 

바가지 상술과 빡빡한 일정에 지친 무한도전 멤버들의 피로를 한번에 날려준 건 뜻밖에도 무한도전 김윤의 작가의 살신성인 댄스였습니다. 김윤의 작가의 뻔뻔하면서도 황당한 댄스는 이날 무한도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백미였습니다. 평소에는 수줍음을 많이 타 말도 잘 못하고 목소리도 너무 작아 제작 회의도 문자로 주고 받는 다는 이야기로 미리 밑밥을 깔아 놓은 김윤의 작가는 정작 음악이 시작되자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뻔뻔한 모습으로 자기 만의 춤을 선보이며 완벽한 반전의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김윤의 작가의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이없는 모습에 무한도전의 멤버들 조차 웃음을 참아야 한다는 미션은 잊어버린 체 방바닥을 구르며 포복절도 하고 말았고 김윤의 작가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뻔뻔하면서도 정체불명의 댄스 장면은 역대급 레전드에 포함될 정도의 빅재미 큰 웃음이었습니다.

 

 

 

지난 주 까지 이어졌던 무한도전 레이싱 특집은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비판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돈 없이 몸으로 사서 고생하는 무한도전의 초기 순수했던 모습이 갈 수록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미있는 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할 수는 있지만 어찌보면 예능프로그램 본래의 목적에는 조금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장기 프로젝트라는 미명아래 갈수록 대형화 되고 블록버스터급으로 변하는 무한도전을 보며 초창기의 순수했던 무모한 도전들이 그립기도 했었습니다.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의 제작진들은 이런 시청자들의 가려움증과 식상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옥탑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거창하지 않은, 말 그대로의 무한도전 방콕여행이 만들어낸 웃음은 수개월의 장기 프로젝트 보다 더욱 강렬한 웃음을 선사했으며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왜 '역시' 라는 말이 늘 따라다니는 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리 무한도전이 국민예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하더라도 장기, 대형 프로젝트 처럼 프로그램이 너무 한 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때로는 선거특집과 같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때로는 레이싱 특집 처럼 의미있는 도전을 보여주며 때로는 이번 방콕 특집 처럼 작은 것을 이용하여 작정하고 몸으로 웃기는 방송도 보고 싶은 것이 시청자들의 욕심인 것입니다. 이번 방콕 특집은 이런 시청자들의 욕심을 이해하고 프로그램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김태호 PD와 제작진들이 만들어낸 또 한번의 큰 웃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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