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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유나의 거리,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찌질한 궁상의 미학.

by 소금인형2 201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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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에서는 화제를 모으던 드라마 '밀회'의 후속작으로 김운경 작가의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김운경 작가는 그동안 <서울의 달>,<파랑새는 있다>,<한지붕 세가족>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 우리사회의 밑바닥 인생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해 왔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기대하면서 <서울의 달>과 같은 분위기를 예상했었습니다.

 

 

첫회와 2회가 방송된 이후 사람들의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유나의 거리>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들이 살고 있는 배경인 다세대 주택은 1994년의 <서울의 달>이 타임머신을 타고 20년을 뛰어넘어 2014년에 그대로 옮겨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드라마 <유나의 거리>에는 요즘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모습을 보이는 재벌이나 권력자, 사회지도층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재벌2세를 향해 신데렐라 꿈을 꾸는 여자주인공도 없습니다. <유나의 거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소시민들입니다. 아니 어찌보면 소시민이라고 하기에도 조금은 민망할 정도의 찌질한 궁상들의 모습입니다.

 

 

드라마 제목에 쓰인 여주인공 '유나'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세대 주택의 집주인 한만복(이문식 분)은 왕년에 소문난 조폭 두목이었지만 지금은 콜라텍을 운영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다세대 주택 문간방에 월세도 내지 않으면서 기거하고 있는 장노인(정종준 분)은 한만복이 예전에 모시던 두목으로 지금은 기초 생활수급비로 근근히 한달을 살아가는 노인입니다.

 

드라마의 여주인공 강유나(김옥빈 분)는 전설의 소매치기로 군림하던 소매치기 왕의 딸로 전과 3범의 소매치기 조직원이었지만 지금은 손을 씻고 착실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배운 것이라곤 소매치기 기술밖에 없는 그녀는 간간이 소매치기를 하며 주변 사람들의 일에 오지랖 넓게 참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나와 짝을 이루게 되는 김창만(이희준 분)은 완벽한 촌놈 스타일로 근면,성실,정직 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믿고 사는 순수한 청년입니다.

 

 

 

이 밖에도 전직 형사에서 지금은 노래방을 운영하는 봉달호와 소매치기 과거를 청산한 그의 부인 박양순, 개 세마리를 키우며 매형집에 얹혀 사는 한만복의 처남 홍계팔, 다세대 주택 세입자중 하나인 페인트공 변칠복과 주인집의 콜라텍에서 부킹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연상의 동거녀 임혜숙까지 드라마 <유나의 거리>는 수많은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공통점은 바로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비주류라는 것입니다.

 

비록 비주류라고 해서 허세와 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만복과 장노인은 하얀색 양복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후배 조폭이 신장개업한 고기집에 인사를 갑니다. 그곳에서 수많은 어깨들의 90도 인사를 받는 그들의 모습은 여느 조폭드라마에서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김운경 작가의 궁상의 미학은 그 다음 장면에서 바로 빛을 발휘합니다.

 

 

고급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만복은 장노인에게 말이 너무 많다고 구박을 했고 계속해서 왜 기초생활 수급비가 나왔을 때 자신에게 소주한잔 사지 않느냐라며 타박을 했습니다. 이에 장노인은 기초생활 수급비 한달에 32만원을 받아서 겨우겨우 살고 있다고 엄살을 부립니다. 고급차 안에서 멋들어진 하얀색 양복을 빼 입은 두 조폭 두목이 나누는 대화치고는 참으로 찌질하고 궁상맞은 대화였기에 저절로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인물들의 궁상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과거 강력계 형사반장 이었던 봉달호는 자신의 노래방에서 손님 지갑이 없어지자 소매치기 과거가 있는 아내를 의심했고 이에 아내는 집을 나가버립니다. 결국 지갑은 손님 차안에서 발견되었고 어쩔줄 몰라하는 봉달호는 아내와 함께 과거에 소매치기를 했었던 유나를 찾아와 아내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과거에 자신이 그렇게 잡으려 했던 범죄자 앞에서 이제는 자신의 아내를 찾아달라고 애원을 하는 장면은 찌질하면서도 웃기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드라마 <유나의 거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모두 찌질한 궁상을 보여주는데도 불쾌하거나 밉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위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지고 꾸며지는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옆집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기에 오히려 더 정감이 가는 것입니다. 늘 좋은 차, 좋은 집, 재벌2세의 모습이나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들의 모습만을 드라마속에서 보아 왔었기에 <유나의 거리>의 등장인물들의 이런 모습은 오히려 신선하게까지 느껴집니다.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보고 있으면 드라마 속 내용이 꼭 좋은 일이 있거나 기쁜일이 있지 않더라도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때로는 등장인물은 울고 있는데 보는 시청자들은 웃을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마도 김운경 작가가 찌질한 궁상의 미학과 유쾌함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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