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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기황후 38회, 황후만들기 억지 설정이 애처롭게 보이는 이유.

by 소금인형2 201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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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잘못 끼운 와이셔츠는 마지막 단추를 끼고 나서 보면 좌우가 삐뚤어진 어색한 모습이 되고 맙니다. 와이셔츠는 다시 모든 단추를 풀고 처음부터 다시 단추를 끼우면 되지만 잘못 시작된 드라마는 처음으로 다시 되돌려 찍을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맙니다. 중반부를 넘어서고 있는 MBC 드라마 <기황후>를 보고 있으면 첫 단추를 잘못끼운 와이셔츠 생각이 자꾸 납니다.

 

 

17일 방송된 기황후 38회에서는 부패한 절대권력 연철을 몰아내고 논공행상 과정에서 기승냥을 황후에 앉히는 것에 반대하는 황태후와 백안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수양아버지 백안에게 배신을 당한 기승냥은 자신의 황후책봉을 막는 것이 자신이 고려인 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 먹는 이른바 토사구팽인지를 따져 물었지만 이내 백안에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드라마상으로는 백안이 권력에 눈이 멀어 기승냥을 배신하는 것처럼 보일 지 몰라도 따지고 보면 백안과 황태후가 기승냥의 황후책봉을 반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아무리 기승냥이 연철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커다란 공을 세웠다 하더라도 나라의 국모자리에 당시 원나라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고려의 여인을 앉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공민왕의 노국공주처럼 고려 후기의 왕들이 몽고여인을 왕비로 맞은 일이 있으나 이는 고려를 속박하던 몽고의 요구에 의해서이지 결코 고려 국왕의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물며 중원대륙을 지배하던 원나라가 국모인  황후자리에 고려 여인을 앉히는 것에 대한 반대는 당연하면서도 상식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진은 이러한 상식을 깨고 어떻게 해서든 기승냥의 황후등극에 정당성을 부여 하기 위해 억지 설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기황후의 황후 책봉에 애국심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백안의 반대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던 기승냥은 백안이 황후취임식 때문에 고려에 또다시 공녀를 요구했다는 소리를 듣고 고려왕 왕유를 찾아가 자신의 황후책봉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는 마치 기승냥이 자신의 권력 욕심 때문이 아니라 고려여인의 공녀 차출을 막기위한 정의로운 목적때문에 황후가 되려는 생각을 굳힌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러한 기승냥 미화 작업은 절대권력자 연철을 몰아내고 황후이던 타나실리를 파멸로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도 보여졌습니다. 기승냥이 이처럼 연철을 몰아내고 타나실리에게 비참한 죽음을 맞게 하는데 일조를 한 이유가 자신의 영달이나 권력을 권력을 잡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들에게 억울하게 죽은 고려 출신의 공녀들과 후궁들의 억울함을 복수하기 위함이라고 강조를 합니다. 개인의 사심이나 욕심없이 오로지 선을 위해 악을 징벌하는 기황후의 모습을 강조하려는 제작진들의 노력은 눈물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작진의 무리한 억지 설정과 노력은 기황후를 역사속에 기록된 인물 그대로 보지 않고 마치 위대한 위인처럼 고난을 극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려내고자 하는 잘못된 제작의도에서 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기황후는 드라마의 소재가 될 정도의 입지전적 위인도 아니었으며 설령 드라마의 소재가 되더라도 역사속에 남겨진 있는 그대로의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시청자들도 드라마속에 악인이 주인공이 되어 인간의 탐욕과 악한 본성을 보여주는 드라마 정도는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황후를 역사상 위인으로 만들려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드라마를 마치 첫단추를 잘못끼워 좌우가 삐뚤어져 버린 와이셔츠를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승냥이 공녀로 끌려가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역사속의 기록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의 활약과 미화는 어찌어찌 가능했을 지 모르나 이제 황후가 되어 본격적으로 역사의 기록 전면에 나서게 된 순간 부터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드라마를 갈수록 꼬이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드라마 <기황후>를 보면서 그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며 그녀가 원나라 황후가 되어서 공녀징발이 없어졌고 고려를 원나라의 한개의 성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없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녀의 권세를 등에 업고 고려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던 그녀의 형제들을 공민왕이 개혁을 위해 제거했을 때 그녀는 원나라 군대를 앞세워 자신의 동족을 침략했다는 점입니다. 

 

 

기황후는 시작전 역사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3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로 월화드라마의 절대강자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황후의 시청률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막강한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는 하지원의 활약과 여기에 악녀로의 연기변신에 성공한 타나실리 백진희의 공이 컸을 것입니다. 하지원은 다른 드라마에서와 마찬가지로 온 몸을 내던지는 액션신을 비롯해 나름의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여 주었고 푼수 모습만을 보여주던 백진희도 하지원의 카리스마에 지지 않는 깜짝 악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출연배우들의 이같은 열연에 힘입어 시청률이 아무리 높게 나온다 하더라도 무리한 억지 설정의 제작 방식은 사람들 머릿속에 오래 기억되는 좋은 드라마의 선례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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