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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장옥정 종영, 사랑만 붙잡다가 놓쳐버린 기획의도.

by 소금인형2 201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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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이 역사속에 나와있는 이야기대로 사약을 마시고 그 비극적 생을 마감했습니다.이로써 새로운 장옥정에 대한 조명이라는 야심찬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드라마는 24회를 끝으로 저조한 시청률이라는 성적을 받은체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물론 동 시간대에 방송되었던 <구가의 서>나 <직장의 신>이 사람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자연스레 <장옥정>이 외면을 받은 이유도 있었지만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이처럼 저조한 성적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랑만을 쫒다가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놓쳐버렸기 때문 일것입니다.

 

당초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희대의 요부로 역사속에 알려진 장옥정에 대해 조선의 패션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의 상대방인 숙종 이순 또한 궁중의 여인들과 붕당 싸움에 정신이 없는 신료들에게 끌려다니는 연약한 임금이 아닌 카리스마 넘치는 임금으로 재해석 하겠다는 신선한 기획의도를 가지고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기획의도를 내포할 수 있는 것으로 한 남자를 절절히 사모하는 장옥정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만을 강조한 드라마 전개는 곳곳에 무리한 설정을 만들게 되었고 급기야 역사왜곡이라는 논란까지 겪으며 사람들로 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것입니다.

 

 조선시대 패션 전문가 장옥정은 어디로 갔을까?


드라마 <장옥정,사랑에 살다>의 장옥정은 우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궁중 전문직, 그러니까 조선시대판 패션디자이너로 설정되었습니다.제작진이 제작의도에서도 밝혔듯이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악녀의 이미지로만 다루어지던 장옥정을 신분의 굴레를 뛰어넘어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해나가며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는, 현대로 치면 캐리우먼과 같은 인물로 재조명 하려 했던 것입니다.

 

극 초반 화려한 한복 의상들과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장면으로 이 기획의도를 보여주는 듯 했으나 이내 옷만드는 전문직업인 장옥정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무리한 설정으로 인해 하이힐,스탠팅 파티,마네킹 등의 어색한 장면들이 등장하면서 아무리 퓨전사극이라지만 너무하지 않느냐 라는 논란만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드라마를 이끌어 가야할 한 쪽 축이 무너지자 그녀의 사랑이야기도 설득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패션전문가 장옥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경쟁자인 인현왕후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거는 요부의 모습만 남게 된 것입니다.    

 

 카리스마 부족한 우유부단한 숙종의 모습.


유아인이 연기한 숙종 또한 애초의 기획의도를 한참이나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승자에 의해 기록된 역사속에서 궁중여인들의 치마폭에 휘둘렸던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기록되었던 그를 당쟁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는 정치적 카리스마를 가진 강인한 군주의 모습으로 그리고 한 여자를 운명적으로 사랑했던 인간적인 모습으로 재조명하겠다는 기획의도는 회를 거듭할 수록 무참히 깨어졌고 결단력 없이 신하들의 말에 휘둘리는 연약한 한 남자의 모습만 남았습니다. 

 

이는 숙종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의 연기력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일관성 없는 드라마 전개 때문에 그렇게 보여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세자시절 부터 신하들에게 귄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숙종은 왕이 되어서도 그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그리고 끝내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목숨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운명에 맞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장옥정의 사랑만을 붙잡고 이야기를 진행해온 드라마의 전개가 그를 이처럼 우유부단한 왕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역사왜곡 논란만 가져온 무리수 설정.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방영되면서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마도 역사왜곡이라는 문제였을 것입니다.물론 창작의 산물인 드라마가 모든 역사의 사실만을 쫒아 제작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드라마의 전개상 때로는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설정이 있을 수 있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옥정>은 우리나라 최고의 세계적인 기록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의 정확성을 무시하는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일례로 인현왕후와 장옥정을 두고 치열한 당파싸움을 벌이며 인현왕후의 편을 들었던 서인 노론계의 수장은 우암 송시열 선생은 드라마에 등장조차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현왕후의 아버지인 민유증이  서인 노론계를 대표하여 모든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숙종의 첫번째 왕비였던 인경왕후가 낳은 딸들에 대해서도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체 숙종과 합궁을 받지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 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도 사실과 다른 이야기 입니다.

 

이 밖에도 폐서인이 된 인현왕후가 소복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든지 노비를 어미로 둔 자식은 노비가 될 수 밖에 없는 조선시대 노비종모법에 따라 중전의 자리에 까지 오른 장옥정의 어머니는 결코 노비일 수가 없는 사실 조차 무시하고 노비로 설정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어 역사왜곡이라는 논란만 가져온 것입니다.

 

하나의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지 드라마 <장옥정,사랑에 살다>는 우리에게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장옥정의 사랑에만 편중되어 다른 기획의도를 놓쳐버린 체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종영을 하게된 드라마 <장옥정,사랑에 울다>의 퇴장이 못내 아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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