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전 부터 김태희의 첫 사극 연기라는 화제를 불러 모으던 SBS 드라마 <장옥정,사랑에 살다>가 드디어 첫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우리가 장희빈으로 더 잘 알고 있는 장옥정 역에 김태희가 그리고 조선시대 최고의 로맨스가이라 할 수 있는 숙종역에 유아인이 주연을 맏은 이 드라마는 시작 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역사속 인물들을 개성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로 재창조하여 옛날 이야기 장희빈이 아닌 오늘날의 세대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장옥정을 만들어 보겠다는 제작의도로 시작된 드라마 <장옥정,사랑에 살다>속의 인물들이 과연 역사속에 그려진 모습과 어떻게 다른 지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 장옥정, 희대의 악녀 VS. 시대를 앞서간 패션 디자이너
우리가 장희빈으로 더 잘알고 있는 장옥정은 숙종의 후궁으로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숙종의 본처인 인현왕후를 모함하여 왕후의 자리에 까지 오르는 악녀의 대명사 입니다. 그녀는 어린나이에 동평군의 천거로 궁에 들어가게 되고 각고의 노력끝에 숙종의 승은을 입게 됩니다. 이후 빼어난 미모와 영악함을 이용해 숙원에서 소의로 그 품계가 승격되고 훗날 경종이 되는 아들을 낳게 됩니다.그리고 이 아들을 이용해 정비였던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마침내 왕비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지나친 투기와 포악함으로 인해 숙종은 다시 인현왕후를 복위시키고 그녀를 희빈으로 강등시킵니다.그리고 인현왕후가 승하하자 희빈이거처하고 있던 취선당에서 인형왕후가 죽기를 기원한 사실이 발각되어 결국 오빠 장희재와 함께 사약을 마시고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이처럼 역사속에서나 그 동안의 사극 등에서 그려진 장옥정의 모습은 한마디로 미모가 뛰어나고 권모술수에 능해 끊임없이 모사를 꾸미는 악녀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장옥정>에서는 우리가 아는 이같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장옥정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당차지만 표독스럽지 않은 사랑스러운 모습의 한 여인으로써 완전히 바뀐 장옥정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입니다.
첫회 방영분에서는 신분제도라는 틀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살수 없는 조선을 떠나려는 장옥정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노비인 어머니와 함께 도망치다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수의를 직접 짓는 가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시대를 앞서나가 "사내에게 사랑 받는 옷을 짓는다."며 화려한 옷을 만드는 가 하면 귀부인들을 대상으로 조선시대 식의 패션쇼를 주최하는 다방면의 재능을 지닌 매력적인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악인으로써의 장희빈이 아닌 당차고 사랑스러운 장옥정의 모습을 연기하는 김태희의 모습이 드라마 <장옥정>의 가장 큰 기대요소가 아닐까 생각 됩니다.
■ 숙종, 당쟁에 시달린 바람둥이 VS. 절대왕정을 꿈꾸는 잔혹한 승부사
그 동안 수 많은 사극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한 조선 19대임금 숙종.역사속이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그의 주변의 여자들일 것입니다.숙종은 장희빈의 꾀임에 넘어가 정비인 인현왕후를 내쳤으며 다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인현왕후를 복권시키고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립니다. 그리고 인현왕후가 죽고 새로운 정비를 맞이 했음에도 또 다시 우리가 MBC 드라마 <동이>에서 보았던 동이, 훗날 사도세자를 뒤주속에서 죽게 했던 왕 영조의 친모를 무수리에서 숙빈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숙종은 인경,인현,인원 왕후의 세 왕비를 두었는데 이들에게서는 왕자를 얻지 못하고 장희빈 소생의 아들이 다음 임금인 경종, 그리고 동이 숙빈 최씨의 아들이 그 다음 임금인 영조가 됩니다.
역사속의 기록으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철저하게 당쟁의 지배하에 가까스로 왕권을 유지하고자 몸부림치는 왕의 모습입니다.그의 치세 동안 세번의 환국(정치적 국면의 전환)이 있었는데 이과정은 남인에서 서인으로 다시 남인으로 그리고 다시 서인으로 정권이 바뀌는 사건이었으며 장희빈의 득세와 인현왕후의 몰락, 그리고 훗날 이 상황이 다시 역전되는 과정 또한 서인과 남인사이의 당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드라마에서 그려질 숙종의 모습은 속으로 왕권 강화를 통한 절대 왕정을 꿈꾸며 겉으로는 당쟁의 비위를 맞추어 주면서 기회를 노리는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역사속 이야기에서 처럼 유약하고 그저 사람좋은 왕이 아니라 자신의 왕권을 지키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카리스마 넘치는 숙종의 모습을 드라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회 방영분에서도 숙종의 어린 시절 세자 이순은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객들에 맞서 화려한 검술을 선보이며 나약한 왕의 모습이 아닌 카리스마 있는 강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숙종역을 맏은 배우 유아인은 이전에 연기했던 사극 <성균관 스캔들>에서 보여 주었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더불어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는 신세대 왕의 모습을 잘 표현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인현왕후, 착하고 가련한 왕비의 표상 VS. 권력을 향한 야심의 소유자
인현왕후는 숙종의 두번 째 정비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당파상으로 서인이면서 노론의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장희빈의 권모술수와 시대의 정치적 논리에 희생되어 왕비의 자리를 잃었다가 훗날 다시 왕비 자리에 복권하게 되지만 후사 없이 35살의 젊은 나이로 일생을 마치는 가련한 여인 입니다. 이처럼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다간 인현왕후는 역사 기록과 많은 드라마에서 우리에게 착하고 가련한 여인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시기하지 않으며 질투하지 않고 자신의 고난을 참고 견디어 내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드라마에서 바람직한 국모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여 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 <장옥정>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왕비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짜는, 권력을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 인현왕후의 새로운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조선 최고 가문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며 왕후가 되기 위해 태어났으며 왕후가 되기 위해 길러진, 오로지 왕후라는 한 곳을 바라보며 살아온 여자의 모습을 드라마 <장옥정> 속 인현왕후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숙한 국모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으며 자신에게 닥친 불행도 기나긴 인내로 감내하고 마침내 역사속에 현숙한 왕비로 남게 되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그녀의 모습은 어쩌면 철저하게 이성적이며 계산되어진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드라마 <장옥정>은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인현왕후 역을 맏은 홍수현은 사극에 어울리는 외모와 단아한 모습으로 이전 사극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야심을 품은 한 여인의 치밀한 모습을 어떻게 보여 줄 지 자뭇 기대가 됩니다.
■ 숙빈 최씨, 지고지순한 동이 VS. 처세에 능한 팔색조
MBC 드라마 <동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숙빈 최씨는 훗날 사도세자를 뒤주속에 죽게 했던 임금 영조의 친어머니입니다. 숙빈 최씨는 무수리로 궁궐에 들어와 인현왕후를 모시다 인현왕후가 폐출 된 사이에 밤마다 인현왕후의 복위를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숙종의 눈에 띄어 승은을 입고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을 낳게되어 정1품 숙빈에 봉해집니다. 기록상으로는 장희빈의 반대편에 서서 인현왕후와 같이 맞섰으며 인현왕후가 죽은 뒤 더욱 지극정성으로 숙종을 섬겼으나 숙종이 다시는 장희빈 같은 일이 생길까 염려하여 궁녀에서 왕비로 오르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왕후에는 오르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숙빈 최씨의 이미지를 MBC 드라마 <동이>에서의 모습으로 떠올릴 것입니다. 드라마 <동이>에서는 착하고 정의로우며 사랑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로 숙빈 최씨가 그려졌습니다.하지만 아이돌 스타 카라의 한승연이 연기하는 드라마 <장옥정>에서의 모습은 다릅니다. 무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처세에 능하며 마음 깊숙히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을 감추고 있는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첫회 방송에서도 인현왕후를 모시고 장옥정의 상점을 찾았을 때 몰래 훔친 장신구가 들키게 되자 "들키지만 않았어도 훔친 게 아니게 되는데"라며 당돌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또한 자신을 용서해 준 장옥정에게 이름을 물어보며 "나는 크면 아씨처럼 되고 싶다. 장옥정 처럼." 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보여 줄 새로운 동이 숙빈 최씨의 모습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장옥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악녀 장희빈이 아닌 사랑스러운 여인 장옥정의 이야기를 통한 새로운 해석의 시도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기록되어 있는 역사의 뒷면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에 대한 창작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고 이것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퓨전 사극을 표방하는 취지에 맞게 빠른 전개와 화려한 볼거리의 제공은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성공적인 시작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가 전개 되면서 각 배역을 맏은 연기자들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고정관념 속의 인물들과 어떻게 다른 모습들을 보여 주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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