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다릅니다.
예전에 많이 봐왔던 사극 주인공들과는 다릅니다.
<마의>백광현이 드디어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낭떠러지로 밀어버린 수의 이명환에게 복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복수의 모습이 이전에 보아 왔던 다른 사극의 주인공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기존 사극의 주인공은 한없이 선량하고 겸손하였습니다.
물론 장군이나 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에 있어서는 그 인물의 특성상 강함을 표현할 때도 있었지만 한 인간의 인생역정을 다루는 <마의>와 같은 사극에서는 주인공은 늘 착했습니다.착해도 너무 착했지요.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남을 탓하지도 않으며 묵묵히 그저 자신의 일을 합니다.
그래서 상대 라이벌에 대해 적극적인 공격이나 복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로지 자신의 선량함을 무기로 내세워 주변 사람들에게 점차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스타일의 주인공들 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봄볕에 시냇물의 얼음이 녹듯이 서서히 주인공에게 감동 받아갔고 이에 점점 더 다급해져 갔고 결국 악의 편은 조급해 하며 무리수를 두다가 스스로 자멸하고 맙니다. 이렇게 해서 결말은 늘 권선징악 이라는 거죠.
착하지만 답답했던 주인공들
<마의>의 총감독인 이병훈 PD의 예전 작품에서도 주인공들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허준>에서는 자신의 출세 보다는 가난한 사람,불쌍한 사람들을 늘 먼저 생각하는 허준이 있었고 국민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장금은 늘 자기를 시기하고 역경에 빠뜨린 사람들에게 복수를 다짐하기 보다는 묵묵히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병훈 PD의 이전 작품 허준 , 대장금>
자신을 늘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조차 원망을 표현하지 않고 그래서 안스럽게 느껴지고 때로는 답답하게도 느껴집니다. 물론 이런 안스러움 때문에 시청자들이 주인공을 동정하고 동화되기 쉬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하지만 나중에 있을 성공을 더욱 빛내 주기 위해 드라마 앞부분에 지독하리 만큼 많이 배치되어 있는 당하기만 하고 착하기만 한 주인공 모습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초기의 한동안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물론 그 드라마들에서도 주인공이 복수 비슷한 것을 하기는 합니다.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함으로써 반대로 그를 괴롭히던 사람들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복수는 그리 치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복수의 계획은 세우지도 않았고 그저 그렇게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마음의 감동을 얻어내고 마침내 이것이 주인공 자신을 우뚝서게 만들었습니다.
마의 백광현의 치밀한 복수의 준비
하지만 <마의>의 백광현의 복수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청국에서 황비의 병을 고치고 다시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그는 청국에서의 공을 내세워 금의환향 할 수 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않았습니다.
자신의 복수 상대인 수의 이명환 앞에 당당히 나서 복수를 시작하기 위해 맨 먼저 한 일은 바로 이명환이 주축이 되어 돈있는 사람들만 치료하는 일종의 고급병원 <특별시료청>에서 치료하지 못한 환자들을 찾아 병을 낫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의 이명환은 틀렸으며 자신이 존경하던 스승 고주만과 자신이 옳았음을 보여 주려 하는 백광현의 치밀한 복수 계획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신을 내친 여러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설 그 날을 위해 치밀한 계획으로 준비한 일이지요.
<본격적인 복수에 나서는 백광현>
<마의>35회에서 백광현은 임금이 영의정에 앉히려다 지병 때문에 포기했던, 수의 이명환도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했던 전 우의정 오규태를 살려냄으써 마침내 자신의 의술이 이미 이명환을 뛰어넘었음을 그리고 이제 이명환과 당당히 맞서 본격적인 반격을 펼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극 초반에서 부터 백광현의 모습은 이전 사극과는 조금은 달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의녀 강지녕에게 여느 남자들 처럼 심한 장난을 치며 자신있어 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사극 속 주인공들이 드라마 후반부의 성공하기 전까지는 찌질한 모습만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아닌 밝고 활기찬 백광현의 모습에 요즘 사람들은 더 공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신선한 캐릭터들과 사극의 진화
<마의>에는 우리가 이전에는 사극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등장은 새로운 사극의 재미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철없는 천방지축의 어린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청상과부가 되었어도 여전히 푼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숙휘공주와 흔히 조선시대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대가집 미망인의 모습,그리고 보이는 사람 모두에게 심지어 스승에게 조차 반말을 하며 친근함을 과시하는 선머슴의 소가영까지 ..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사극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 입니다.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소가영,서은서,숙휘공주>
사극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마련 입니다.
대량의 물량공세와 많은 등장인물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실존하는 역사의 무게감과 엄중함으로 사극의 매력을 어필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 사극도 현대극과 마찬가지로 개성있는 캐릭터 들과 많은 드라마적 요소가 가미되어 점점 더 진화해 가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드라마 <마의> 백광현의 치밀하고도 멋진 복수가 어떻게 진행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동정을 사는 주인공이 아닌 통쾌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줄 지 자뭇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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