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목요일 저녁 방송되고 있는 '자기야-백년손님'은 특이한 소재의 예능프로그램입니다.이 프로그램은 사위를 강제로 처가살이를 시켜 장모님과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사위는 백년의 손님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사위와 장모의 관계는 가깝기는 하지만 서먹서먹하고 어색할 수 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이런 관계를 소재로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1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같은 시간대에 예능계의 절대강자 유재석이 진행하고 있는 KBS의 <해피투게더>를 8주 연속 앞서고 있습니다. 첫 방송을 4%대 시청률에 시작한 후 그동안 꾸준히 그 인기를 넓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출연자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의사 사위 두명이었습니다.
<자기야 백년손님> 출연으로 지난 연말 연예대상 신인상을 거머쥐고 국민사위라는 애칭을 얻게된 함익병은 의사입니다.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장모와의 대화나 행동은 어쩌면 일반적인 사위와 장모의 관계와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훌러덩 배를 보여주는 모습이나 장모에게 신혼 첫날밤이 진짜 첫날밤이었느냐라고 장난을 치는 모습은 어찌보면 예의없고 버릇없이 보일 수도 있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시청자들에게 밉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감이 가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격이 없이 장모를 위하는 그의 진심 때문 일 것입니다.
어렵다면 어려울 수도 있는 사위와 장모의 관계에서 그는 장모를 자신의 어머니를 대하듯 똑같이 대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장모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면서도 엄청난 생색을 냈지만 아들에게 졸라도 안 해주었다는 장모의 말에 "뭐하러 아들 귀찮게 하느냐 자신에게 말해라. 다 해줄테니까." 라고 말하는 모습은 정말로 아들이 엄마에게 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또 굳이 싫다고 하는 장모를 끌고 등산을 가는 장면에서도 겉으로는 귀찮아 하는 장모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무릎수술을 받은 장모가 운동을 해서 건강해졌으면 한다는 속내가 숨어 있었습니다.
사위 함익병의 말투나 장난이 때로는 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오히려 장모는 이렇게 격의없이 자신을 대해주는 사위가 무척이나 고마웠을 것입니다. 백년손님이라는 말처럼 어색할 수도 있는 관계를 격의없는 말투와 행동으로 마치 친아들 같은 가족같은 관계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자기야 백년손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또다른 출연자 후포리 사위 남재현 역시 일반인 의사입니다. 하지만 같은 의사이면서도 그의 행동은 함익병과는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능수능란한 말솜씨와 장난끼로 장모님을 쥐락펴락 하는 함익병과는 달리 남재현의 행동은 늘 어설프고 때로는 위태롭게까지 보입니다.
장모님의 사투리를 잘 못알아들어 마치 사오정처럼 엉뚱한 소리를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 모습같습니다. 여기에 밤나무를 치다 밤송이를 장인의 머리에 떨어뜨리고 곶감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에 끼워 놓았던 감들을 땅에 떨어뜨려 못쓰게 만드는 등 하는 일 마다 실수 투성이 입니다. 마치 코미디를 하듯이 저지르는 실수도 그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해서 혹시그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닐까? 예능천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입니다.
이런 사위가 못마땅한 장모님은 늘 사위를 구박만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사위는 또 장모님을 도와준다며 사고를 칩니다. 장인 장모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며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만 번번히 장인 장모의 마음에는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위가 밉지 않은 것은 해맑은 웃음 속에 보여지는 장인 장모를 위해주는 진심어린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사위가 옛부터 백년 손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만큼 가깝지만 멀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친부모님도 챙기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위가 장모를 이처럼 진심으로 대하며 정성껏 챙기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위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사위이기에 더더욱 진정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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