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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응답하라1994 마지막회, 나정의 남편찾기에 묻혀버린 90년대 향수.

by 소금인형2 201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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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불러일으키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21회 마지막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지난번 '응답하라 1997'에 이어 또 한번 응사앓이를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는 케이블 방송사의 드라마로는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방송사상 초유의 방송사고를 일으키기도 해 이래저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과거에 대한 향수와 참신한 드라마 전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숙집 딸 나정의 남편이 누구인지 비밀에 부치며 이에 대한 단서를 하나,둘 씩 풀어놓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이미 응답하라 1997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는 포맷입니다. 아무래도 제작진은 전작과 유사한 패턴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을 주려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7>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보조적 장치 역할에 머물러야 했던 남편찾기가 오히려 주 소재가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방송의 후반부 몇회분을 이 나정의 남편찾기에 할애했으며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전혀 1990년대 이야기가 아닌 마치 현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처럼 보여졌습니다.


응답하라 1994 제작진들은 199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무척이나 많은 수고와 정성을 들였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소품 하나, 하나와 등장인물이 말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 까지 그 시절의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노력들이 나정의 남편찾기에 묻히면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방송 초반부에 보여지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은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1990년대로 소환하기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지하철과 지하도에서 반대편 입구로 나가기 위해 몇시간을 해메는 삼천포의 모습이나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던 삼천포가 휴게소에서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에게 속아 금칠한 시계를 사는 장면 등은 한번 쯤 겪어봤을 사람들에게는 절로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삼천포와 윤진이 이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고속버스터미널 장면을 포함하여 응답하라1994에 유독 많이 나왔던 버스터미널 장면들은 자식을 공부시키겠다고 서울로 보낸 부모님의 마음과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서울이라는 낮선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했던 많은 지방출신 유학생들의 설레이면서도 불안한 감정을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나정의 남편찾기가 사람들에게 부각되게 되자 드라마의 진행이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위안을 주겠다는 드라마 본 목적과는 다소 멀어지는 전개가 진행되게 되었습니다.등장인물들의 연애에 집중하다 보니 응답하라1994에 나오는 대학생들은 당시 사회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80년대 보다는 덜 했지만 일상처럼 벌이지던 그 당시의 시위와 최루탄, 대학생들의 현실참여 문제는 아예 다루어지지도 않았으며 90년대를 비극적으로 끝내게 한 IMF에 대해서도 그리 많은 비중을 할애하지 못했습니다.



전반부에 드라마를 이끌어가던 90년대의 에피소드들과 소품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함께 모여 보는 TV화면속에 스치듯 흘러가는 것으로 대체되었고 시청자들은 그 시대의 감정과 분위기를 방송장면 속의 인기가요 순위나 드라마,CF 장면으로만 느껴야 했습니다.이는 그 시대를 살지 못했던 세대들에게는 이해를 주고 그 시대를 직접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주겠다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제작진도 이처럼 드라마가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정의 남편찾기에 대한 로맨스 이야기로 흐르게 된 것에 대해 뒤 늦게 아쉬움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20회 마지막 방송에서는 삼천포의 나래이션에 긴 시간을 할애하며 1990년대에 대한 향수를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드라마가 초반부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나갔다면 이러한 주입식 나래이션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1990년대는 희망으로 시작하여 IMF라는 절망으로 끝나버린 시절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IMF라는 거대한 시련을 마주하게 된 90년대 중반 학번들의 삶은 억울하기도 했을 것이고 할말 또한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이런 당시 젊은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을 몸으로 직접 살아온 사람들에게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오랜 만에 20년 전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박제가 되버린 과거에 대한 향수팔이에 머물지 않고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오늘날의 우리 모습을 있게 해준 과거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주었고 그 시절을 직접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위안을 주었습니다. 아울러 그 어려운 시절을 잘 헤쳐나온 것처럼 앞으로의 삶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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