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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프리터족으로 살아가기 - 물류회사 아르바이트 체험기

by 소금인형2 201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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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터족은 Free Arbeiter의 줄임말입니다. 주로 일할 의욕은 있으나 개인적 또는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정규직의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이릅니다.
프리터족은 자발적 프리터족과 비자발적 프리터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 프리터족은 직장이라는 정규 사회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 그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생활해 나가는 일종의 자유지향적 성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자발적 프리터족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단기 아르바이트에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경기 불황과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도 비자발적 프리터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정규적인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야합니다. 나름의 뜻을 가지고 직장을 그만 둔 저에게도 생계문제는 피할 수 없어서 이 프리터족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아르바이트로 <물류회사 아르바이트>를 고르게 된 이유는 단 한가지 <당일지급>  이라는 이유 하나였습니다. 당일 임금을 일 마치고 당일에 즉시 지급해 준다는 것이 무척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죠. 왠만한 아르바이트는 한달정도를 일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일지급이라는 물류회사 아르바이트는 꽤 매력적인 조건 이었습니다.
물류센터가 몰려있는 경기도 인근에는 이 물류센터에 인력을 공급해주는 대행업체들이 있습니다.이 대행업체에 등록을 하고 그날 그날 물류회사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지요.
물류회사 아르바이트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뉘는데 주간은 8시간에 5만원 야간은 10시간에 6만원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더군요.우선 일이 어느정도 힘든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주간을 선택해서 아침 7시까지 집근처 대행업체에 갔습니다.


허름한 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에는 의자와 쇼파들만 여러개 놓여 있더군요. 조금 기다리니 야간에 근무를 한 사람들이 우르르 사무실로 들어왔고 줄지어 임금을 받아갔습니다.사람들 표정이 모두 피곤에 지친 모습이라 순간 약간의 겁이 났습니다.
<내가 하기에는 너무 힘든일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도 대학다닐때에는 노가다 아르바이트도 해본 경험이 있는데 까짓거 한번 해보기로 다시 마음 먹었습니다. 어느새 사무실에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온 사람들이 서른 명 정도로 불어나고 8시가 되자 3곳 정도로 회사를 나뉜 뒤 봉고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대부분 물류회사가 경기도의 한적한 곳에 있기 때문에 일할 장소로 가는 데에만 1시간 반이 걸리더군요.

도착한 물류회사의 집하장을 보는 순간 <오늘 제대로 고생한번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집하장 가득 큰 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하차를 기다리는 콘테이너 트럭도 여러대가 보이더군요.간단한 인원점검을 하고 바로 콘테이너에서 상자들을 내리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물류회사는 대부분 영업점이나 지점,대형마트에 물건을 보내는 의류회사등의 물건들이 한곳에 모여 다시 분류하고 검수하여 물건을 보내는 일을 합니다.그래서 작업은 콘테이너에 물건을 싣고 내리는 상,하차작업 , 상자안의 내용물이 맞게 되어 있는 지 검수하는 작업, 차에 싣기 전에 창고에 잘 쌓아두는 작업, 보내질 곳의 택배라벨을 붙이는 작업 등으로 이루어 집니다.
우선 콘테이너에 실린 상자들을 내리는 작업을 하였는데 운반기가 콘테이너 안까지 들어가더군요.이 운반기에 물건을 내리면 벨트를 타고 밖으로 나가게 되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분류해 가면서 파레트라는 플라스틱 바닥판위에 상자들을 쌓게 됩니다.

뭣 모르고 콘테이너 안에 들어가 상자들을 벨트에 내리는 작업을 했는데 콘테이너 안은 정말 덥더군요.하긴 더운 여름 환기도 제대로 안되는 콘테이너 안이니까 더울 수 밖에...
오전 10시부터 12시 반까지 두대의 컨테이너에 들어가 물건을 내렸더니 온몸은 땀에 젖고 정말 아무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더 미치겠는 것은 물건내리는 사람,밖에서 분류해서 쌓는 사람들이 각각 나뉘어져 있어서 마치 공장의 기계처럼 쉴 틈없이 계속해서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시간 반동안 담배 한대 필 시간조차 주지 않고 무섭게 부려먹더군요.
어찌어찌 정신없이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서 물류센터 구내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르바이트 모집공고에 식사제공이라고 되어 있어서 이건 좋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식당에 가보니 영 아니었습니다.점심은 밥,오이냉국,어묵볶음,꽁치한토막 이게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밥에서는 이상하게 군내가 나더군요.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서 1시반까지 휴식이라고 해서 그냥 창고 바닥에 퍼질러 않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오후 작업에서는 검수라는 것을 했습니다.상자에 표기된 대로 내용물이 맞게 되었있는지를 확인하여 다시 포장하는 작업인데 말 그대로 눈가리고 아웅이더군요.멀쩡하게 포장된 상자를 뜯고 바로 다시 물류회사의 테이프를 붙여 포장하고 한쪽에 쌓아 올립니다.
다른 쪽에서는 상자를 뜯고 수량과 사이즈를 확인하는 것 같은데 제가 맡은 곳에서는 그냥 그렇게 하라고 하더군요.1시반에서 4시까지 이작업을 하다보니 서서히 팔과 허리가 마비되는 것 같더군요. 그 동안 몸을 너무 편하게 했었나 봅니다. 그리고 서서히 드는 생각은 이 아르바이트는 내일은 못하겠다. 이러다 약값이 더 들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30분 정도를 쉬고나서 이번에는 상자들을 콘테이너에 싣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도 오전에 콘테이너 안에서 작업을 했다고 이번에는 저보고 밖에서 하라고 하더군요. 5시 이후 부터는 아마도 10분에 한번씩 핸드폰의 시계를 확인한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시간이 안가는 지...한참이 지난 거 같은데 10분도 채 지나지 않고..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거 같습니다.1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마침내 7시 정확하게 일이 끝나더군요.그리고 그 자리에서 4만7천원을 받았습니다.
처음 나온 거라서 3천원은 소개비라고 하더군요.이것저것 따지고 싶지 않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그리고 아침에 타고왔던 봉고버스에 실려 다시 1시간 반 걸려 집에 도착했습니다.샤워를 하는 데 팔이 펴지지 않더군요.ㅋㅋ 그리고 정신없이 잤습니다.


하루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해 보고 누구나 다 아는 진리 <남의 돈 먹기>가 정말 힘들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땀을 너무 흘려 몸무게가 5kg은 줄었을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신 분들은 몇일 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하지만 거기에 들어갈 약값은 책임지지 못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온몸을 써가며 땀을 흘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인데 막상 받은 돈을 생각해 보면 어딘지 모르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 지금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은 사무실의자에 앉아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지금 행복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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