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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직장의 신, 비현실적 결말에 공감하는 이유.

by 소금인형2 201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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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직장의 신>이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드라마 <직장의 신>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사내연예,출산휴가,정리해고 등 직장생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어 시청자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기간 동안 '미스김 명대사','미스김 아침체조' 등 숱한 화제를 뿌리던 <직장의 신>은 극 후반부에서는 계약직 미스김의 아픈 과거사연과, 앙숙같이 지내다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된 장규직 팀장의 어머니와의 인연 등이 깜짝 공개 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되던 도중 제시했던 비정규직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한 해답을 과연 어떻게 내놓을 지 그 결말에 대해 사람들은 궁금해 했습니다.

 

 

드라마 <직장의 신>의 마지막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원만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여리고 우유부단 하지만 부하직원과 동료에 대한 한 없는 배려와 사랑을 보여주어 우리 직장에도 이런 상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을 가져왔던 무정한 팀장은 '엄마에게 잘하자' 도시락 카페의 성공으로 회사의 마케팅 영업팀 팀장이 되었고 우수사원으로 표창까지 받게 됩니다.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낸다는 이유로 정리해고의 위기에 몰렸다가 미스김의 도움으로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되었던 고과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도시락 카페의 체인점 사장이 되었습니다.

 

사내 연예와 여직원의 임신이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던 계약직 박봉희는 계속해서 계약을 연장하며 총무팀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녀의 사내커플 당사자였던 구영식 대리는 마케팅 지원팀의 팀장이 되었습니다. 공주병과 된장녀의 조건을 모두 갖추어 도저히 직장생활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금빛나는 어느새 대리가 되어 부하 여직원들을 따끔하게 교육하는 직장상사가 되었으며 계약직이던 다른 여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고 네일아트 가게를 열어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서로의 아픈 과거를 공유하며 로맨스를 시작했던 장규직 팀장과 계약직 미스김은 지방의 물류창고에서 정규직과 계약직이라는 신분으로 또다시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주변의 권고와 회유를 뿌리치고 다시 한국을 떠나기로 한 미스김은 공항으로 가던 도중 장규직이 사고를 당한 것을 알고 그녀의 마지막 자격증인 재난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꺼내 보이며 위기에 처한 장규직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당초 계획대로 한국을 떠나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친구와 직장동료들을 위해 회사 프리젠테이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지방의 물류창고로 좌천되었던 장규직은 그 곳에 자신의 신념대로 조직생활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후 이 물류창고에 계약직으로 면접을 보러 온 미스김과 조우하며 앞으로의 그 둘의 관계에 대해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찌보면 드라마 속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캐릭터에 가장 충실했던 계약직 정주리는 계약을 연장해 주겠다는 회사의 요청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동화작가로써의 자신의 새 인생을 시작합니다.그녀가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미스김의 말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스김은 계약연장을 해 같이 일하면 안되겠느냐는 정주리의 물음에 비겁해지기 싫다 라고 대답합니다.

 

" 한번 계약이 연장되면 또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게 되면 회사에서 내쳐지지 않을까 불안해 하면서 언젠가는 비겁해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중요하지 않다. 넌 그냥 너의 길을 가면 된다. 지난 3개월간 그 힘을 얻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정주리는 이러한 미스김의 말에 용기를 얻어 계약연장을 거부하고 동화작가로써의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드라마 <직장의 신>은 비정규직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해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잘못된 사회현상에 대해 제도를 고치고 그 제도의 개선을 위해 다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식의 해결책이 아니라 개인이 각자의 역량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해법을 찾아 스스로의 행복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식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시사프로그램도 아닌 드라마에서 특정 사회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또한 <직장의 신>이 보여주는 해법이 크게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정주리의  용기있는 선택과 같은 해법은 드라마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현실과 비교해 보면 어느정도 괴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든 안하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게 된 사람들 중에 주위에서 쏟아지는 취업,밥벌이 라는 거센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용기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당장에 학자금 융자와 생활비에 쪼달려야 하는 생활에서 적은 금액이지만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계약직의 계약연장을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을 잘 만나서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현실은 졸업-취업-결혼 이라는 사회적 제도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는 것이 대부분의 삶일것입니다.

 

드라마 <직장의 신>이 보여주는 해법은 그 실현 가능성을 떠나 놓고 보더라도 다분히 이상적이며 비현실적 입니다.하지만 이처럼 현실적이지 못한 이상적인 해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왜 일까요? 그것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으로는 그 같은 삶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꿈꾸는 삶과 사회가 올바른 모습이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우리의 현실은 계속 됩니다. 우리는 현실속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취업한 직장에서는 승진과 월급을 위해 때로는 남을 위한 배려를 외면해야 하고 때로는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이렇게 힘들고 팍팍한 삶을 하루하루 살 수 있는 것은 드라마 <직장의 신>이 보여준 비현실적 결말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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