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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응답하라 1994, 90년대 복고 열풍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

by 소금인형2 201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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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에서 방송하고 있는 '응답하라'시리즈는 첫 시즌의 1997에 이어 두번째 시즌인 1994까지 케이블 드라마 방송으로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서 인지 대중문화 곳곳에서 1990년대에 대한 향수로 복고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1990년대의 노래들이 리메이크 되거나 다시 듣기가 유행이 되고 있고 그 당시의 영화들이 다시 재개봉 되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 때 7080 콘서트로 대변되던 복고열풍을 이제는 90년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청하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봤던 사람들은 요즘 세대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세대들이 그 당시의 문화나 풍경을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따뜻한 향수 뿐만이 아니라 아픈 기억까지 떠올려야 합니다. 이것이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버린 90년대에 대한 복고 열풍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90년대 초반과 H.O.T,젝스키스 등 원조 아이돌의 시대로 불리는 90년대 후반은 가요계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시대였습니다. 가요계에서는 기존의 발라드 위주의 조용한 분위기에서 힙합과 댄스가 주류를 이루는 다이나믹한 분위기로 변화되었습니다. 외국의 팝송보다 우리나라 가요를 더 듣고 좋아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 부터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무슨 무슨 부인 시리즈로 대변되던 80년대의 우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지금의 한국영화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십년 씩 영화를 만들어 오던 거장 감독들을 제치고 새로운 감각과 이야기들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드는 신인 감독들이 대거 등장을 했고 그 만큼 우리 영화계도 풍성해 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의 전환은 정치적인 환경의 변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6월항쟁으로 불리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성공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라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군부독재에 억눌렸던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은 90년대를 희망의 시대로 여기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의 시대에 대한 기대감은 일순간에 절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1997년 겨울,외환위기를 겪으며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에 자금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나라가 부도가 났다는 엄청난 시련이 닥쳤던것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부도가 났으며 곳곳에서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졌고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자살을 선택했습니다.사람들은 어떻게든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보고자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1990년대는 어찌보면 미완의 시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IMF 금융위기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쉬운 시대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복고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이 괴롭고 쓰라릴 때 과거의 좋은 기억을 그리워하는 역설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2013년 겨울, 또다시 사람들이 과거의 향수를 이야기하고 복고를 이야기합니다.그만큼 지금의 현실이 팍팍하고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어느 시기이든 과거에 대한 복고열풍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를 향한 향수와 복고는 다른 시대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90년대를 향한 복고열풍이 그 시대를 향한 단순한 그리움 보다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 미완의 시대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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