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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기분 좋은 날, 원로배우의 연기내공 보여준 가슴뭉클한 이장면.

by 소금인형2 201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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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30%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경쟁작인 SBS의 <기분 좋은 날>은 5%로 안되는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날>에서 노부부로 출연하고 있는 최불암과 나문희의 연기는 드라마가 꼭 시청률로만 평가 받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24일 방송된 <기분 좋은 날> 36회에서는 파킨슨 병에 걸린 순옥(나문희 분)의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지는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다정(박세영 분)과 재우(이상우 분)의 결혼식이 있는 날 새벽에 눈을 뜬 순옥은 "여기가 어디냐" 라며 그동안 있었던 일과 자신의 집도 기억하지 못하는 심각한 증세를 보인 것입니다. 이런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철수(최불암 분)는 "정신 똑바로 차려라. 다시 말해봐라. 여기가 어딘지." 라며 아내를 윽박지릅니다. 하지만 순옥은 이런 철규의 호통에 두렴움에 떨며 눈물만 흘려야 했습니다.

 

SBS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따듯한 가족 드라마 입니다. 비록 <왔다 장보리>의 인기에 밀려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 <기분 좋은 날>이 허접하게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청률로는 판단할 수 없는 더 값진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드라마 <기분좋은 날>에는 그 흔한 배신과 복수, 음모가 없습니다. 악역이라고 해봐야 집안배경과 돈을 따지며 다정과 재우의 결혼을 반대하는 재우의 엄마 김신애(이미영 분)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아내와 세딸을 버린 아빠(강남길 분)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돈만 밝히는 철없는 엄마 김신애가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조금이라도 조건 좋은 곳으로 장가 보내려 하는 것은 악역이라기 보다는 어쩌면 솔직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아내와 세 딸을 버린 아빠도 이제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기분 좋은 날>의 시청률이 저조해 사람들로 부터 외면을 받는 이유가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갈등이나 사건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날>은 자극적인 소재나 강렬한 인물보다 따뜻한 가족과 그 가족들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승부를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가운데에 단 1분의 장면으로 사람들을 감동으로 이끄는 원로배우 최불암과 나문희가 있습니다.

 

참새방앗간이라는 떡집을 운영하며 사위와 딸, 그리고 외손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철수와 순옥은 한평생을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사람들 입니다. 돈 보다는 인간을 더 생각하며 다복한 가정을 꾸려왔던 이 노부부에게 불현 듯 닥친 순옥의 파킨슨 병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생노병사의 근원적 문제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치매를 동반하는 파킨슨병은 자식들에게도 쉽게 알리지 못하는 고통이었고 철수는 아내의 이런 고통을 감안해 자식들에게도 이유를 밝히지 않고 집을 구해 따로 살게 됩니다. 아마도 자식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또한 아내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치매에 걸린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나문희가 보여주는 치매연기와 이에 대처하는 최불암의 연기는 분명 달랐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한 어머니가 다리는 점점 마비되어 거동이 힘들어지고 하루아침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억해 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보여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천진 난만한 눈빛은 너무 순수해서 더욱 슬펐습니다. 마치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허망하게 그대로 없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런 아내의 정신을 붙잡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는 남편의 모습또한 눈물겨웠습니다. 내가 알던 사람,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이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 인연과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붙잡아 주려는 최불암의 간절한 눈빛 또한 가슴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별다른 치료법이 없기에 최불암 나문희 부부의 결말은 이미 비극으로 정해져 있는 지도 모릅니다. 순옥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자신에게 소중했던 가족들까지 몰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남편 철수의 괴로움도 계속될 것입니다. 최불암과 나문희는 24일 방송된 이 장면 하나로 그들이 왜 원로배우로 존경을 받고 있는 지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꼭 시청률 으로만 평가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명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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