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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 해체설, 경제논리에 밀린 아날로그 추억의 아쉬움.

by 소금인형2 201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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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의 대중 문화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가지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소위 재패니메이션이라고 불리우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입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중 흥행 1위는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 라는 애니메이션이 차지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흥행순위 10위권 안에 절반 이상을 애니메이션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일본 내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열품에 심각한 위기가 도래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입니다. 일본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브리 스튜디오가 앞으로 신작을 만들지 않고 기존 작품들의 저작권 관리만 맡기로 했다고 합니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재패니메이션의 대부 지브리 스튜디오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해체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경제적 수익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헐리우드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신기술에 집중할 때 지브리 스튜디오는 전통의 2D 방식의 애니메이션을 계속해서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2D 애니메이션은 많은 수작업이 동반되기 때문에 인건비의 압박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거나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마다 단기간 계약하는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지브리 스튜디오는 직원들을 모두 고용해 직접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평생직작와 장인정신, 사람들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런 모습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했던 애니메이션 속의 인간 내면에 대한 진지한 고찰, 휴머니즘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브리 스튜디오의 우직한 고집은 사람들에게 칭찬과 존경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경제적 수지타산을 맞추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던 것입니다. 줄지 않는 인건비와 헐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에 관객들을 잠식당하면서 지브리 스튜디오는 결국 2D 방식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2D 애니메이션에 대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TV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 쯤 학교에서 돌아와 TV에서 방영하던 만화를 눈이 빠지게 바라보던 추억은 누구나 한번 쯤 있었을 것입니다. <황금박쥐>,<마린보이>,<마징가 Z> 등 당시 어린이들의 우상은 위인전기에 나오는 위인들이나 아이돌 가수들이 아니라 2D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 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야 어린 시절 보았던 대부분의 만화들이 일본의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릴적 추억과 향수의 가치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차원 평면에 그려지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은 현실감은 좀 떨어질 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친근함으로 정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입체감 없는 얼굴과 과장된 눈동자에서 풍기는 친근함과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가능한 상상의 나래는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현실감과 사실성만을 강조하는 3D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향수였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애니메이션 부분도 많은 기술적 발전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실사 영화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3D 영화가 한해에도 수십편씩 개봉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사람들이 새로운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좋은 현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 등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이 수익성이라는 경제논리를 등에 업고 사람들 마음 속에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많은 아날로그 향수를 밀어내고 없애는 모습은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TV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제 라디오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전자책과 인터넷이 발달하게 되자 종이로 만들어지는 책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라디오와 책이 아직도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날로그의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논리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된 지브리 스튜디오의 해체는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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