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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트로트의 연인, 진부한 이야기를 극복하는 세가지 무기.

by 소금인형2 201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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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맨'의 후속작 KBS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는 우리에게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보다는 <응답하라 1997>에서 맛깔나는 부산사투리의 성시원으로 더 친숙한 정은지가 공중파 드라마에서 첫번째 주연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맡은 최춘희라는 캐릭터는 어린나이에 엄마를 잃고 늘 사고만 치는 아버지와 동생을 보살피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소녀가장입니다.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 외로워도, 살기가 너무 막막해 힘들어 슬퍼도 울지 않는 현대판 캔디인 것입니다.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의 이야기 구성은 진부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 입니다.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여주인공과 톱스타의 이상한 악연에서 비롯된 만남,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주인공,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피어나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이미 여러편의 드라마에서 이미 익숙하게 보아왔던 이야기 입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 뭔가 다른 특별한 무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냉정하게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의 차별화된 무기는 무엇일까요?

 

제작진이 기대하는 첫번째 무기는 아마도 주인공을 맡고 있는 정은지와 지현우의 역량과 존재감일 것 같습니다. 정은지는 이미 연기실력을 검증받아 연기돌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첫회 방송에서도 정은지는 마라톤을 포기해야만 했던 절망스러운 상황과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돌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억척스러운 모습을 실감나게 잘 표현해 냈습니다.

 

 

정은지가 연기하는 최춘희의 표정이 여는 주인공들보다 실감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정은지의 과하지 않은(?)  외모 덕분일 것 입니다. 만약 사고만 치는 아빠와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소녀가장 최춘희가 미스코리아 빰칠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면 현실감이 너무 떨어져 시청자들은 주인공 최춘희의 고단한 삶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정은지의 무르익은 연기력이 합해지면서 시청자들은 쉽게 최춘희라는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던 지현우도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허세와 오만의 절정으로 과하게 포장된 톱스타 장준현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 무겁지 않고 유쾌한 로맨스 코메디 임을 단번에 알게 해주었습니다. 겉으로는 톱스타의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한 마라톤 대회에서도 부정과 반칙을 일삼고 그 사실을 춘희가 폭로한 것으로 오해하고 그녀를 스포츠센터에서 쫒겨나도록 손을 쓰는 찌질함을 보여줍니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 안하무인인 지현우의 과장된 연기는 너무나 열심히 살아가는 최춘희와 대비되면서 재미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을 이끌어가는 또하나의 중심소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로 '트로트'입니다. 주인공 최춘희는 어린 시절 시장에서 반찬을 팔던 어머니의 트로트 노래를 듣고 자랐습니다. 엄마를 잃고 난 후에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의 트로트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받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트로트는 그녀에게 엄마 품처럼 편안한 안식처이자 삶의 용기를 주는 원동력 인 것입니다.

 

첫회 방송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트로트의 장점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최춘희는 집밖에 나와 아빠를 기다리던 동생과 함께 <님과 함께>를 멋지게 부르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벽은 화려한 트로트 무대가 되었으며 동생과 반짝이 의상을 깔 맞춤한 최춘희는 마치 트로트 뮤지컬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자칫 유치하게 보여질 수 있었던 이 장면은 정은지의 가창력으로 인해 하나의 멋진 퍼포먼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진부한 이야기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제작진이 대놓고 밀어부치는 코믹코드 일 것입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섬칫한 소시오패스 신성록은 다른 사람의 열쇠를 잘못 가져갔으면서도 사과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이거나 다른 사람의 휴대폰까지 들고 가는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고 정은지와 지현우는 호텔 옷장에 갇히는 상황을 연출하며 좁은 옷장 안에서 티격태격하는 스킨십 아닌 스킨십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다 지현우는 첫회부터 속옷차림으로 지하주차장을 질주하다 차문에 부딪혀 나자빠지는 슬랩스틱을 보여주었습니다.

 

 

조금은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이처럼 대놓고 밀어부치는 코믹코드는 한동안 무거운 주제의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던 드라마 판도에서 무겁지 않으면서도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드라마가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무게를 잡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때로는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고 보면 볼 수록 유쾌해지는 드라마도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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