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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드라마 정도전, 시청자들의 잠자던 지적 호기심을 일깨우다.

by 소금인형2 2014.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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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태세문단세.... 지금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우는 학생들도 이같은 주문을 외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이것은 조선시대 역대왕들의 앞글자를 따서 국사시간에 주문처럼 암기하던 문구입니다. 시험을 위해 대학입학을 위해 주입식, 암기식으로 모든 지식을 공부해야 했던 시절에는 이처럼 간단하게 만들어진 주문식 암기법이 참 많이도 쓰였습니다. 말 그대로 역사를 암기로 배운것이지요.


역사적 사건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몇년도에 그 사건이 있었는지 였고 그 사상적 배경이나 시대적 상황도 그저 몇줄의 요약된 문구를 암기하는 것일 뿐 의구심을 가지거나 이해를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한때 <한국을 빛낸 100인의 인물>이라는 노래가 유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노래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정확히 100명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학교에서 제대로된 역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TV에서 하는 대하사극은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되었습니다. 시험에 나오는 암기식 역사가 아니라 실제의 인물이 화면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역사는 많은 사람들이 학교 공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역사라는 학문에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조선시대를 시리즈로 다룬 <조선왕조 오백년>이나 후삼국과 고려의 건국을 다룬 <태조 왕건>, 그리고 사람들이 자세히 몰랐던 발해의 건국을 다룬 <대조영>등과 같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던 역사에 대한 지적호기심과 흥미를 충족하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TV에서 방영되는 사극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이 중심이 되기 보다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인물이나 아니면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픽션에 집중하는가 하면 사극으로 포장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여기에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의 등장은 사극을 더이상 역사물이 아닌 판타지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학교에서의 국사교육이 살아있지 못했던 것처럼 드라마에서의 역사도 살아있는 역사가 되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시절에 정통 사극 드라마 <정도전>의 방영은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남녀간의 애정문제 보다 역사적 사실에 집중하는 정통사극이라서 반갑고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선 굵은 정치와 사상,철학이야기가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 반가움의 표시는 드라마 초반에 안정적인 시청률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10%대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지만 태조 이성계와 그를 도와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된다면 시청률은 점점 올라가게 될 것이고 또 하나의 명품 사극 탄생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정도전>의 대박조짐은 이 드라마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일반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평가와 리뷰는 주연배우들의 연기력이나 드라마 줄거리가 대부분인 것에 비해 드라마 <정도전>에 대한 리뷰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의 역사적인물에 대한 이야기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정도전의 대표적 저서로 알려진 <삼봉집>에 대한 언급이나 다른 역사적 문헌에 나온 내용들을 인용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드라마 정도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단순히 태조 이성계를 도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나라를 만들었으며 결국 나중에는 태조의 아들 이방원에게 숙청되고 말았다 라는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드라마 정도전을 보면서 왜 정도전은 고려를 배신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 했는 지, 그가 만들려 했던 이상적인 나라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이상이 왜 실패로 끝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입니다. 하나의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내용 외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찾아보고 알게 되는 것은 드라마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 중에 하나 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자신이 남들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고 때로는 많이 아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되기도 합니다. 입시를 위해 또는 취직을 위해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지적 호기심으로 먹고 사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무언가를 공부하고 알게 되는 것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일 것입니다.이런 의미에서 드라마 <정도전>은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잠자던 지적 호기심을 일깨워 주는 고마운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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