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이야기

<정도전> 책으로만 배운 정치와 현실과의 차이를 느끼다.

by 소금인형2 2014. 1. 20.
반응형

드라마 <정도전>6회 방송분에서는 북원의 사신을 맞아들이는 영접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정도전이 거평부곡으로 유배를 떠나 그곳에서 민초들과 함께 유배생활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거평부곡은 지금의 전라남도 나주에 위치해 있던 지역으로 일반적으로 고려시대의 부곡이라하는 지명은 천민집단으로 이루어진 부락을 의미합니다. 실제 사서에도 정도전이 영접사를 거부해 1375년 부터 2년 동안 나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도성이 있는 개경으로 부터 한반도의 남쪽 끝으로 유배를 오게된 정도전의 심경은 심한 좌절감과 분노로 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전을 맞게된 부곡의 주민들도 정도전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정도전은 거평부곡에 들어서자 마자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수호신을 모셔놓은 성황당 제단에 드러누우며 이런 것들은 모두 미신이라고 말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정도전이 스승인 이색으로부터 배운 성리학에 따르면 마을의 수호신이라든지 무당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모두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미신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정도전과 마을 사람들의 충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도전을 보살피는 임무를 맡게된 업동이(강예솔 분)가 정몽주가 선사한 맹자책을 불태우는 것을 목격한 정도전은 불같이 화를 냅니다. " 아무리 배운 것이 없어도 어떻게 서책을 태우냐"며 화를 내던 정도전은 또한번 민초들의 참혹한 실상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는 경전을 불태운 업동을 향해 밥버러지라는 심한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사실 맹자책은 처음 부터 정도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마을 주민 황천복이 불태우고 있었던 것인데 업동이는 끝내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은 채 무릎을 꿇고 빌기만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밭일을 하러 나간 정도전은 또 한번 마을 사람들과 부딪히게 됩니다. 그가 북원과 화친하는 것을 반대해 유배를 오게되었다는 마을 아주머니의 말에 황천복은 원나라와 화친을 하면 어떻고 명나라와 화친을 하면 어떻냐, 누구와 화친을 하든 그것이 백성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이에 정도전은 원나라와 화친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 나라가 망하면 백성들이 온전할 수 있겠느냐며 호통을 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려든 명나라든 어차피 가난에 굶주리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매몰찬 대답이었습니다.


또 무당이 될 위기에 처한 업동이가 성황당에 돌을 쌓으며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목격한 정도전이 이런 것은 미신이니 하등 쓸모가 없다며 돌탑을 무너뜨리자 업동이는 자신처럼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백성들이 빌고자 하는 소원이 있을 때 가진 것이 없어 절에 불공을 드릴 수도 없고 배운것이 없어 사당에 제사를 모실 수도 없는데 성황당마저 없다면 어디에 빌어야 하느냐며 눈물을 흘립니다. 눈물을 흘리는 업동이의 모습을 보며 정도전의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정도전은 그 당시로는 신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성리학을 배운 신흥사대부입니다. 세상의 이치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해답을 그는 공자와 맹자의 책에서 배우고 익힌 것입니다. 군왕의 도리와 신하가 올바른 정치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오로지 책을 통해 공부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정작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하는 그 목적인 백성의 실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책에 쓰여있는 이념과 명분에 따라 북원을 따라야 하는 지 명나라를 따라야 하는 지 목숨을 걸고 정적들과 싸웠지만 정작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들은 이런 것들이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입니다. 정도전은 책으로만 배운 정치와 현실과의 차이를 조금씩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도전은 2년간의 유배생활과 4년간의 방랑생활을 통해 백성들의 현실을 직접 체험한 뒤 이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이성계와 함께 정책에 반영하려 했다고 합니다. 토지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현실을 개혁하고자 모든 토지를 국가가 몰수하여 공전으로 만든 뒤 백성들의 수대로 나누어 주는 제도를 실시하려 했고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탐관오리들을 척결하기 위해 엄격한 법집행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개혁조치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던 기득권층에 많은 반대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정도전이 이처럼 백성들의 실제 어려움을 해결하려 하는 현실적인 개혁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보낸 2년간의 나주 유배생활이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책으로만 배웠던 많은 지식들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실제로 백성을 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민중들의 삶을 통해 조금씩 깨닫게 되어가는 정도전의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대한민국의 어떤 분들이 무언가 느끼는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글이 유익하셨다면  손가락을 눌러 추천해 주세요.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