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일요예능 1박2일이 시즌3로 개편될 때 새롭게 합류하게 된 멤버들은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프로그램 폐지론까지 떠돌던 상황에서 혹시 침몰하는 배에 마지막 티켓을 잡은 것이 아닐지, 두려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프로그램의 구심점이 될 만한 예능스타가 없다는 것도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런 불리한 상황속에 어떻게든 잘 해보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절실함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위기가 곧 찬스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1박2일 출연자들의 절실한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15일 방송된 1박2일에서는 멤버들이 두팀으로 나뉘어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하는 레이스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은 1박2일 제작진이 편하게 목적지까지 보내 줄리는 만무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제작진이 준비해 놓은 미션을 하나 하나 수행하며 목적지에서의 야영에 필요한 도구들을 획득해야만 하는 야생의 레이스 였던 것입니다.
이제는 예능 보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데프콘은 야영도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수염을 밀어버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영화출연과 방송 일정 핑계로 난색을 표하는 차태현과 정준영을 대신하여 미션을 수행한 데프콘은 이번 1박2일 출연을 계기로 예능 대세로서의 위치를 굳히려는 듯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염을 밀었습니다. 수염을 미는 동안 그의 입에서 깨알같이 쏟아지는 애드립들은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습니다.
늘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4차원 정준영의 활약도 빛났습니다. 미션 중 하나인 국내산 굴비 찾기에 실패해 야영에 필수 아이템인 배낭 획득에 실패한 차태현 팀은 데프콘의 협상으로 1명이 입수를 하고 침낭을 얻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불운의 시즌3 첫 입수자는 정준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정준영은 자신이 입수할 때 꼭 이 음악으로 깔아달라며 스스로 배경음악까지 선곡을 한 뒤 망설임 없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튀는 행동으로 자칫하면 팀과 화합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부조화를 보일 수도 있다는 그를 향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멤버들 중 가장 맏형이면서 가장 예능감이 떨어질 것 같았던 배우 김주혁의 활약도 눈부셨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영구 흉내를 내며 망가지는 모습을 선보여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던 김주혁은 이번주에는 맏형다운 의젓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국내산 굴비를 찾는 미션에서 그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굴비를 선택했고 제작진의 바꾸기 찬스라는 회유에 동생들의 마음이 흔들릴 때에도 중심을 잡으며 끝까지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감으로써 침낭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주유소에서 50만원어치 기름을 먼저 넣어야 성공하는 미션에서는 정준영의 활약으로 승리하게 된 동생팀이 길을 떠나기전 자신들을 놀리며 기름을 넣어달라고 하자 온갖 짜증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내 4만원 어치의 기름에 자신의 영혼도 팔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이처럼 새롭게 시작된 1박2일 시즌3는 프로그램 초기의 모토였던 야생 버라이어티로 완전히 돌아간 모습이었습니다. 야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들을 중간 중간 게임과 미션을 통해 획득하고 미션에 실패해 도구를 얻지 못하면 없는 대로 몸으로 때우는 형식은 초기의 야생버라이어티 그대로 였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멤버들은 이 야생버라이어티 형식에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서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이러한 새 멤버들의 열절은 1박2일의 옛 인기를 다시 되살릴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무기는 프로그램에서의 정치적 배려라는 악재를 겪고 있는 진짜사나이와 새로운 아이템 부재로 서서히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런닝맨을 따라잡으며 일요 예능의 춘추전국 시대를 다시 여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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