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이야기

구암허준 종영, 시청률보다 더 값진 감동의 선물.

by 소금인형2 2013. 9. 28.
반응형

MBC에서 실험적으로 방송을 시작한 일일 사극 '구암 허준'이 135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당초 계획은 120부작으로 편성되었으나 후속 프로그램의 제작 여건등을 고려해 135회로 연장방송되었으며 그 끝은 언제나 백성을 위해 아픈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하는 구암 허준의 감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회에서 허준은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의술을 펼치다가 세상을 떠나는 감동적인 인의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산음땅으로 내려가 스승 유의태의 약방을 다시 열고 의술을 펼치던 허준은 인생의 마지막을 그 지역을 덮친 역병과 마주하게 됩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몇년 동안의 흉년으로 기근에 허덕이던 백성들은 역병이라는 하늘의 형벌과도 같은 질병에 시달렸고 역병과 허기에 지친 백성들을 위해 고을 현감을 찾아가 곳간의 곡식을 나누어달라고 간청했지만 거절을 당했습니다.

 

굶주림과 역병에 괴로워하는 백성들을 위해 허준은 자신이 먹을 식량마저 나눠주며 역병에 걸린 백성들을 보살폈고 그의 정성으로 역병은 점점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허준 자신도 역병에 걸리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치료약 마저도 병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녀에게 건네주며 마지막 순간까지 침을 손에 꼭 쥔 채로 평온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드라마 허준이 일일사극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성공여부에 대해 우려섞인 의견들을 내놓았습니다. 비록 사람들에게 이미 여러번 사랑을 받았던 소재인 허준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주5일 동안 짧은 시간으로 매일매일 방송을 하는 일일드라마 형식에 과연 사극이 맞을 수 있겠느냐 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분장과 대사의 어투 등 현대극과는 다른 어려운 제작환경을 어떻게 극복을 하고 매일 방송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던 것입니다. 또한 여기에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허준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더해졌습니다.

 

사람들의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고 구암 허준은 방송내내 10% 초반의 시청률을 보이며 예전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성적을 내었습니다. 한때 국민드라마 소리를 들으며 시청률 40%를 넘나들던 이전 작품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성적인 것입니다. 이처럼 허준의 시청률이 저조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방송시간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준이 방송되는 시간대에는 타방송사에서는 9시 메인뉴스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특히나 KBS의 9시 메인 뉴스는 허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이었이며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고스란히 시청자들을 9시뉴스에 빼앗기는 현상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시청률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구암 허준은 다른 방송국의 일일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일일 드라마 대부분이 출생의 비밀과 불륜,그리고 사랑의 배신에 대한 복수 등으로 이야기를 채워나갈 때 드라마 허준은 우리 시대에도 한 둘 쯤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헌신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주었습니다. 다른 일일 드라마들이 억지설정이다, 막장이다 라는 논란을 겪으며 심지어 방송화면에 욕자막까지 내보내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며 시청률을 끌어올릴 때에도 구암 허준은 의술을 사랑했고 가난하고 병든 백성들을 진정으로 위할 줄 아는 한 인간의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비록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환자를 궁휼히 여기는 진정한 의원이 되라며 호통치는 스승 유의태의 모습이나 가난 때문에 약한번 제대로 쓰지못하는 환자의 상처에서 피고름을 손수 입으로 짜내는 허준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나 허준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은 극 초반 출생의 비천함으로 인생을 포기한 듯이 살아갔던 젊은 시절의 허준의 모습과 이후 의원이 되기 위해 피나는 수련을 하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아픈 사람들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인의로서의 허준의 변해가는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위인전기에서 볼 수 있는 정형화된 허준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를 가지고 역경을 이겨내는 한 인간의 모습이었기에 더욱더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상사의 꾸지람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친 가장들에게 그리고 산더미같은 집안일과 아이들에게 하루종일 시달렸던 엄마들에게 구암 허준은 요란하지 않은 잔잔한 이야기로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매일 허준과 함께 그 시대를 함께 살았으며 함께 의원이 되었고 함께 어의가 되었으며 함께 아픈 백성들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얻은 위안과 감동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을 수 있었으며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숭고한 희생의 감동은 드라마 구암 허준이 우리에게 선사한 시청률 보다 더 값진 감동의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제글이 유익하셨다면  손가락을 눌러 추천해 주세요.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