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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시신 없는 살인죄 불가능한 설정일까?

by 소금인형2 201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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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민준국의 잘려진 손이 발견되고 수하가 그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게되어 재판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법정싸움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이 재판은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조금이라도 더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검사와 변호사간의 사실주장과 법리공방으로 진행하는 것 보다는 일반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설득과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는 설정인 것 같습니다.

 

모든 증거들이 수하가 민준국을 살해 했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장혜성 변호사와 차관우 변호사는 배심원들이 수하가 살인범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의심, 즉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결을 하는 형사소송법의 원칙때문입니다.

 

하지만 몇번의 시도는 검사의 현란한 재판 기술에 말려 실패로 돌아갔고 배심원들에게 합리적 의심을 주기 위한 장혜성 변호사의 마지막 선택은 바로 민준국이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민준국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 진다면 그 의심을 바탕으로 피고인 수하에게 살인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민준국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려진 손과 정황증거들 뿐이었기 때문에 장혜성 변호사의 민준국이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시신이 발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검사는 왜 살인죄로 기소를 했을까요? 시신이 없어도 살인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 문제로 드라마를 보는 일부 사람들은 시신의 전부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살인으로 규정될 수 없기 때문에 민준국의 잘려진 손만으로 살인죄로 기소한 드라마 내용이 옥에 티라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미국의 범죄수사 드라마들을 예로 들면서 미드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억지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나라의 형사법 체계에서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검사가 살인죄로 기소할 수도 있으며 유죄판결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시신이 발견된 사건에 비해 그 증명이 매우 어렵기는 합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법정에서는 증거를 가지고 판결을 하게 됩니다. 그 증거를 채택함에 있어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어떤 증거에 더 가치를 둘 것인지에 대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판사는 제출된 모든 증거를 고려한 후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판결을 내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도 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하에서 시신은 살인죄의 한 증거로써 판단의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살인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필수적인 증거는 아닌 것입니다.

 

이러한 자유심증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 법정증거주의 입니다. 이는 일정한 증거가 없으면 일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개념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 몇몇나라의 경우에는 실제로 시신이 없으면 살인죄의 기수가 될 수 없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드라마에서 처럼 설령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살인 행위를 저질렀음을 보여주는 다른 증거들로 입증을 하여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법원에서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결을 한적이 있습니다. "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에 의해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아니하였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그 증거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드라마에서 검사는 수하가 민준국에게 계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으며 민준국의 칼에 찔린적이 있고 민준국을 폭행한 일도 있다는 사전 배경과 사건이 발생한 시점 직전에 수하와 민준국이 통화를 한 기록, 그리고 잘려진 손과 민준국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수하의 지문을 증거로 그가 민준국을 살해 했으며 시신을 은닉, 유기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애초부터 시신이 없으니 살인죄도 되지 않는데 검사가 말도안되는 기소를 하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라는 잘못된 선입견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드라마의 핵심소재로 삼고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매력과 재미를 스스로 없애고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본격적인 법정드라마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잦은 법정 장면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많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드라마가 아무리 픽션의 창작물이라고 하더라도 드라마속에 나오는 대사나 상황이 실제 법률이나 재판과정과 다르거나 틀린 내용을 담고 있다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진은 고증과 사실확인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법적 고증과 사실확인의 문제는 드라마 제작팀에 맡기고 느긋하게 드라마속에 펼쳐지는 법정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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