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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너의 목소리가 들려,법정 드라마의 매력을 보여주다.

by 소금인형2 201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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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우리나라의 출판계는 소위 전문소설이라는 쟝르에 열광을 했었습니다. 로빈 쿡의 <코마>,<브레인> 등의 의학전문 소설이나 존 그리샴의 <의뢰인>,<펠리컨 브리프> 같은 법정 소설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TV의 드라마에서도 의사나 법조인 등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룬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게 되었는데 의사들의 성장기를 다룬 <종합병원>이나 변호사들의 활약을 다룬 <파트너>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전문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알 수 있게 해주고 겪어보지 못한 그 분야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런 전문 분야 드라마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문 분야 드라마 이다보니 드라마의 대사속에 나오는 용어들이 생소하고 어렵기도 하고 때로는 드라마속 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식할 수 없는 곤란함이 있고 이런 전문적 요소들을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들과 잘 혼합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까칠하면서도 빈틈이 없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배우 이보영이 천방지축이면서 정의실현이라는 것과는 담을 쌓은 속물의 국선변호사 역할로 변신해 관심을 얻고 있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속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소년과 곤경에 처한 그 소년을 구해준 인연이 있는 국선변호사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이 국선변호사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전문 법정 드라마의 요소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법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사가 사건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이 공방을 준비하는 에피소드들도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마치 연설이라도 하듯이 때로는 감동적인 말들로 증인심문과 변론등을 진행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또한 극적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또다른 국선 변호사인 차관우(윤상현 분) 변호사는 소리를 듣을 수 없는 피고인의 고통을 강조하기 위해 컴퓨터 조작을 일부러 실수하여 재판관에게 공감을 얻어내기도 하지만 이는 실제로 배심원재판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미국법체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부분 서면심리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이같은 감동어린 언변이나 에피소드 등은 쉽게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민배심원 제도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 같은 모습을 법정에서 좀더 자주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드라마속에서는 계속해서 법정 장면들이 보여지는 데 이러한 법정 장면과 이야기 전개가 얼마만큼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느냐가 아마도 드라마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초반에 선택한 법정 소재는 드라마 전개와 비교적 잘 어울려 진 것 같습니다.

 

국선변호사가 된 장혜성(이보영 분) 변호사의 첫 사건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아이를 건물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누명을 쓰게된 날나리 여고생이었습니다. 학교의 여러 학생들이 실제로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을 목격하지도 않았으면서 일방적으로 한 여고생을 지목하여 누명을 씌었고 피해학생도 자신을 왕따시키고 놀린 것에 대한 보복으로 거짓 증언을 하게 되는 이 사건은 주인공 장혜성 변호사가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과 유사을 가지고 있어 그 재판과정에서 주인공의 과거 배경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결정적인 법률 지식이 바로 증인의 선서능력이었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과거 행동을 반성하는 친구를 위해 법정에서 다시 진실을 밝히기로 작정한 피해학생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제 진실이 밝혀지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가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때 검사는 위증죄를 거론하며 증인으로 나선 피해학생을 압박하게 되고 피해학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이 딜레마를 해결한 것이 바로 형사소송법 159조 선서무능력자 조항입니다. 위증죄로 처벌되는 것은 증인으로서 선서를 한 사람인데 형사소송법 159조에서는 16세미만자는 선서능력이 없기 때문에 선서없이 심문하고 따라서 위증죄로 처벌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전문적인 법 지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는 몰랐던 법률 지식을 알게 되어 법정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동기를 주었으며 드라마 속의 사건도 해결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다음으로 선택한 소재는 바로 공동정범 이야기 입니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편의점에 들어가 강도를 하다가 한 사람이 편의점 주인을 살해하게 되고 한 사람은 이 과정을 말렸는데 문제는 둘이 일란성 쌍둥이라서 구분할 수가 없고 서로 자기가 살인을 했다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사는 두사람 모두를 강도살인으로 기소를 하게 된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직접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강도살인으로 이를 말린 사람은 단순강도로 처벌해야 될 것 같지만 드라마속 검사는 둘 모두를 강도살인으로 기소합니다.바로 공모공동정범이라는 논리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형법 30조에는 2인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을 확대해석하여 범죄를 사전에 같이 모의한 사람은 그 최종 실행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똑같이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가 공모공동정범입니다. 즉 살인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쪽도 강도살인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논리는 엄격하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할 형법에서 실행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도 같이 처벌하는 것은 책임원칙에 반한다라는 비판을 듣고 있기도 합니다.

 

누가 실제 가해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사건에서 둘을 모두 정범으로 처벌하려는 검사와 형제를 각각 변론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뿐만 아니라 상대방 변호사와도 공방을 벌어야 하는 장혜성변호사와 차관우변호사 사이에 앞으로 어떤 논리의 법정 공방이 벌어지게 될 지 무척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법정드라마는 사건이라는 이슈와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법적 전문지식이라는 흥행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나 이 매력은 자칫하면 드라마가 너무 딱딱하게 흘러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는 양날의 검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법과 관련된 전문 지식이 너무 과하면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고 너무 적으면 전문분야를 마치 장난처럼 다루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 양날의 검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드라마 성패를 가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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