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이야기

천명, 서두르지 않는 송지효식 멜로의 매력

by 소금인형2 2013. 5. 17.
반응형

 

 

KBS의 수목드라마 <천명>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을 다니는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 입니다. 왕위에 오르기까지 무수한 암살위협을 견뎌야 하는 세자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을 다니며 자신의 딸의 병을 고쳐야 하는 의원의 이야기들이 긴박하게 전개 되고 있지만 이 드라마에도 남녀간의 사랑은 있습니다. 바로 도망자 신세인 내의원의 의원 최원(이동욱 분)과 어릴적 남다른 인연으로 내의녀가 된 홍다인(송지효 분)의 사랑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초 드라마가 시작될 때 송지효의 멜로연기에 약간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송지효는 최근 SBS의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에서 폭발적인 예능감을 발휘하며 예능대세로써의 자리를 굳혔습니다. 유재석과의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늘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활기찬 모습에 사람들은 많은 박수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이러한 그녀의 모습이 정극의 멜로연기에, 더군다나 분장을 하고 진지한 말투를 사용해야 하는 사극 멜로에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극의 중심이 긴박하게 도망을 다니면서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야 하는 처지이고 또 이런 가운데 어린 딸의 병도 고쳐야 하는 상황인지라 남녀간의 멜로가 쉽게 끼어들기 힘든 부분도 있어 송지효의 멜로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사실 극 초반에는 긴박하고 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져 둘 사이의 멜로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최원은 자신의 의술 실력을 감추고 오로지 딸의 병을 고치는 것에만 열중하였고 그런 속내를 모르는 다인은 최원을 허송세월을 보내는 실력없는 의원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살인누명이라는 사건에 같이 연루되고 다인이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 최원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부터 두 사람의 멜로는 시작되었습니다.   

 

드라마속에서 보여지는 송지효식 멜로는 처음부터 한 남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모습이 아니라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며 조금씩 싹트는 동지애적인 사랑의 모습이었습니다. 6회 방송분에서는 도적패 두목을 치료한 후 오랜만에 단 둘이 앉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도주했던 이야기 등 지나간 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는 장면이 보여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입니다. 홍다인은 " 우리를 정인으로 오해한다."라며 억울해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는 홍다인의 눈빛에서는 이미 최원을 마음에 두기 시작한 그녀의 속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7회분에서는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구덕팔이 소윤파의 수하들에게 기습을 당하게 되자 자신의 앞날을 불안해 하는 최원에게 손을 잡아주며 안심시키고 얼굴에 난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홍다인의 모습이 그려졌으며 최원 또한 그녀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다인은 자신의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최원에게서 연민과 함께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이처럼 <천명>의 송지효 식 멜로는 서두르지 않고 티내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인이 최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또다른 방식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 나서 지략을 펼치는 것입니다.  궁궐에서 몰래 덕팔의 치료를 돕던 그녀는 내의원에서 내쳐질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상대방 측의 수족을 자청하며 도제조와의 거래를 제안합니다. 이는 최원의 누명을 벗어주기 위해 다인이 선택한 또다른 사랑의 방식인 것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둘 사이의 멜로에 새로운 연적들이 출연했습니다. 바로 최원을 향한 소백(윤진이 분)의 묘한 감정과 홍다인을 향한 세자 이호(임슬옹 분)의 관심입니다. 15일 방송된 내용에서는 소백이 아버지를 치료해준 최원에 대한 고마움에 그동안에 잘못 알고 있었던 오해를 모두 풀게 되었으며 도망자 신세로 인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최원을 마을까지 데려다 주는 장면이 보여졌습니다. 그를 데려다 주고 아쉬운 마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내 임꺽정에게 " 말 도둑놈만 보면 심장이 뛰고 벌렁벌렁 쿵쾅쿵쾅 거리더니 이젠 생각만해도 가슴이 뛴다. 왜 이런 가슴병이 생겼는지 물어봐야겠다. 그 자는 의원이니까 잘 알거다." 라며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도적 우두머리인 아버지 밑에서 선머슴으로 자라난 소백이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이러한 감정이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리 없으니 그녀로써는 이것이 무슨 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 같은 그녀의 고백은 앞으로 그녀만의 천방지축 짝사랑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또 한명의 연적은 바로 의녀 홍다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세자 이호 입니다. 세자 이호는 최환의 살인 누명을 벗겨 줄 덕팔(조달환 분)의 생사가 위급해지자 어의녀 장금에게 그 자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고 다그쳤고 이에 홍다인도 전하와 같은 마음이다 라고 대답합니다. 이에 장금이 " 네가 어찌 감히 전하와 같은 마음이란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느냐" 라며 야단을 쳤지만 이를 듣고 있던 세자 이호는 홍다인의 대답에 미소를 보였습니다. 뒤이어 금서고에서 덕팔을 살리기 위한 의서를 찾기 시작할 때에도 혼자 살펴봐도 된다는 홍다인에게 " 같이 찾자꾸나. 내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여 그러니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더냐 " 라고 물었으며 그렇다라는 홍다인의 대답에 또 한번 홍다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적들의 등장에도 천천히 단계를 밟아 가며 쌓아가고 있는 최원과 홍다인의 사랑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속 사랑이야기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첫눈에 반해 미친듯이 달려가는 불같은 사랑이 있는가 하면 한쪽만 일방적으로 가슴아파 하는 짝사랑도 있습니다. 드라마 <천명>에서 보여지고 있는 송지효식 멜로는 과장되거나 티내지 않는 어찌보면 아날로그적인 사극에 맞는 멜로방식일 것입니다. 어떤이는 너무 더딘 멜로의 진행에 답답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송지효식 멜로는 정신없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건 속에 긴장감을 늦출수 없는 시청자들에게는 한숨을 돌리며 느긋하게 그들의 사랑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드라마 <천명>을 이끌어가고 있는 또다른 힘, 바로 송지효식 멜로의 매력인 것입니다.

 

 

제글이 유익하셨다면  손가락을 눌러 추천해 주세요.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